통합당 "선택적 침묵은 2차 가해"
국민의당 "이러니 여당가족부란 말 나와"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이정옥 여성가족부(여가부) 장관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은 권력형 성범죄가 맞느냐'는 질문에 대해 답변을 회피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정옥 장관은 3일 국회에서 열린 여가부 업무보고 자리에 출석해 "수사 중인 사건으로 알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반면 여가부는 과거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서는 증인이라 주장했던 윤지오 씨를 법적 근거가 다소 부족한 상태에서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박원순, 오거돈 사건에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우리편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은 이정옥 장관에게 "여가부가 정권 눈치보기, 뒷북 대응 등 좋지 않은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줬다"며 "오죽하면 여성가족부 아니라 '여당가족부'란 말까지 나왔겠나"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 지금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3월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대해서는 "국민들은 진실 규명 요구와 함께, 과거 수사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에 대해 강한 의혹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며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내지 못한다면 정의로운 사회를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었다.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선택적 침묵은 2차 가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미래통합당은 지난달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며 "대통령이 피해자 편에 서지 않는데 정부여당이 한 치도 움직일 턱이 없다. (박원순 수사 관련)검찰은 요지부동이고, 경찰은 엄한 SNS유출 건을 파며 변죽만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가 그렇게 비난했던 권력형 성범죄에 방관하는 건 결국 약자의 편에 서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검찰 내 성추행 피해사실을 고발하며 우리나라에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도 박원순 전 시장 의혹에 대해서는 끝내 침묵해 논란이 일었다.

박원순 전 시장 관련한 입장을 강요받자 서지현 검사는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페이스북 활동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후 약 2주 만에 활동을 재개한 서지현 검사는 "말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의 쏟아지는 취재요구와 말 같지 않은 음해에 세상은 여전히 지옥임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며 "가해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제가 가해자 편일리가 없음에도,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에 공무원이자 검사인 저에게 평소 여성인권에 그 어떤 관심도 없던 이들이 뻔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누구편인지 입을 열라 강요하는 것에 응할 의사도 의무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여성인권과 피해자 보호를 이야기하면서 이미 입을 연 피해자는 죽을 때까지 괴롭혀주겠다는 의지를 확연히 보여주는 이들의 조롱과 욕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며 "저는 슈퍼히어로도 투사도 아니고 정치인도 권력자도 아니다. 그리고 공무원으로서 검사로서 지켜야할 법규가 있다"고 했다.

서지현 검사는 "앞으로도 제가 살아있는 한은 이런 일이 끝나지 않고 계속 되리라는 생각에 숨이 막혀오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라며 "이 아수라가 지나고 나면 더 좋은 세상을 향해 한걸음 나아가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한편 서지현 검사는 그동안 다른 성범죄 사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서지현 검사는 지난해 3월 가수 정준영씨의 성폭행 동영상 유출 사건과 관련 "정준영 사건과 그에 대한 반응을 보며 한없는 슬픔이 밀려온다"며 "일반적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 끔찍한 범죄에 분노하는 것이 당연할 줄 알았는데 '재수 없이 걸렸네'까지 들으니 정신이 혼미해진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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