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접경지역 '위기 탈출' 지렛대, 교육복지정책 추진 주목
전국 첫 대학생 등록금 전액 지원…정부 저출산 우수사례 뽑혀

강원도 화천군이 파격적인 교육지원으로 도시소멸 위기를 돌파하고 있어 주목된다.

[톡톡 지방자치] "인재가 도시소멸 대안"…화천군 파격 교육지원
최전방 접경지역 전체 면적의 90% 이상 산과 하천인 화천군은 개발이 가장 더딘 산골 마을이다.

특히 군인이 주민(2만5천여명)보다 많은 군사도시인 탓에 이중 삼중의 규제로 변변한 산업기반조차 전무하다.

최근에는 국방개혁에 따른 부대해체, 잇따르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첩첩산중' 위기를 맞았다.

화천군이 내린 처방은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도시'다.

교육을 통해 인구 유출을 막고 장기적인 투자로 미래 인재를 키우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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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전 학생 전학 비율 49.3% '위기'…전담부서·조례 신설
화천에 직장을 둔 A(40)씨는 자녀 교육을 이유로 30여분 거리의 인근 도시에서 출퇴근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질 수 없다며 학원이 밀집한 춘천에서 생활했지만, 최근 다시 화천으로 이사를 했다.

고등학교 통학버스는 물론 대학 등록금까지 전액 지원해 준다고 하니까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고 판단했다.

화천지역은 초등학교 입학 이후 고등학교 졸업까지 타 지역으로 전학을 하는 학생 비율은 2014년 기준 무려 49.3%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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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에서 출산했지만, 보육과 육아 등 이유로 인근 도시로 떠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 때문에 화천군은 일회성 출산 장려금 등 재정 지원보다는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먼저 2015년 교육복지과 신설한데 이어 2017년 7월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 만들기' 조례를 만들어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조례에는 대학생의 학자금과 거주공간금, 세계 100대 대학 유학비, 고교 수업료 전액 지원 등이 담겼다.

또 키즈영어와 초등영어 아카데미와 모든 학교 원어민 교사 배치, 중학생 어학연수, 청소년 해외 배낭연수 등 글로벌 인재육성 지원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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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채용, 의료원 셔틀버스, 어린이 전용도서관 등 인프라 구축과 작은 영화관 등도 포함됐다.

올해 화천군의 전체 예산 4천34억원 중 13.8%에 달하는 558억원이 교육복지 관련 예산으로 편성됐다.

재정자립도 10% 가량에 불과한 소멸 위기 지자체에는 적지 않는 금액이지만, 행사성 경비와 일회성 소모 예산 등을 매년 줄여 감당했다.

◇ 대학등록금 전액·거주지원금 '파격' 지원…학습관도 설립
가장 파격적인 지원은 전국 어디도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대학 등록금이다.

부모의 3년이상 화천 실거주가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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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만 충족되면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면 등록금 실 납입액의 100%를 지원해준다.

타지에 유학간 학생을 위해 월세나 기숙사비로 월 최대 50만원도 지급한다.

등록금 지원액에 한도를 두지 않고, 부모의 소득분위 등도 상관없다.

앞서 2018년 시행 첫해 셋째아 이상에 주던 것을 지난해부터 모든 자녀로 혜택을 늘린 것이다.

지난해 화천군은 학자지원금과 거주지원금으로만 22억원을 지출했다.

또 하나는 방과후 기숙사 학원인 학습관으로, 서울 학원 수준의 교육 지원을 위해 2008년 화천군이 직접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중3∼고3 학년당 15∼16명씩을 시험을 거쳐 선발, 현재 60여명이 생활한다.

서울의 유명강사 6명이 교육을 맡고, 학생들은 하교 후 오후 11시까지 학습 프로그램에 따라 공부한 뒤 2인 1실 방에서 취침한다.

외출은 일요일에만 가능하며 TV가 없고 휴대전화도 맡겨야 하지만, 6개월 단위로 시험을 치러 선별해야 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

학습관 출신 학생 대부분은 매년 서울이나 수도권 소재 대학에 진학, 올해는 13명이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 대학에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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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세계 100대 대학에 합격시 유학비 지원 등은 지역 인재의 타지 유출을 대폭 줄이는 효과로 나타났다.

5년전(2014년) 49.3%에 달했던 학생의 타 지역 전학 비율이 현재 약 13%로 뚝 떨어졌다.

◇ 수요자 중심지원 "협치로 해결"…정부 우수사례 선정
화천군은 이같은 성과를 교육기관 등 지역공동체와 '협치'를 꼽는다.

통학버스에 많은 학생이 한번에 탑승해 서서 가는 경우가 많다는 학부모와 학생 수요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당장 교육기관과 협의를 통해 교육지원청 버스를 시간대 조정을 통해 추가로 배차한 사례는 대표적이다.

대신, 화천군은 교육청 학교 체험학습을 지원하고, 탑승률이 저조해 공차시간이 발생했던 보건의료원 버스도 활용해 학생 통학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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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화천군은 통학버스를 사는데 8천만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교육청은 주말 차량 임차비 등을 줄이는 예산절감 효과를 거두었다.

'행복 셔틀' 사례는 지난 30일 열린 행정안전부의 저출산 대응 우수사례 경진대회에 소개돼 주목받았다.

화천군이 펼치는 대학지원금 등 100여개의 교육복지 커리큘럼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비싼 악기가 없어도 음악을 배울 수 있고, 교복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마을 공부방을 찾거나 전문 강사가 배치된 아카데미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다.

진로가 고민이라면 전문가 초빙 아카데미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고, 역사 속 무대가 궁금하다면 지원신청을 통해 어디든 방문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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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이 빛을 내는 것은 철저한 교육수요자 중심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최수명 교육복지과장은 "교육환경이 좋은 곳으로 떠나는 인구감소 문제에 해답을 교육에 찾았고, 이 방법의 하나로 협업을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며 "여러 곳에 쓰던 예산을 협치를 통해 하나로 묶으면 시너지 효과가 훨씬 커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