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의 월북 경로로 추정되는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 앞 초소가 인적 없이 조용하다. 전방에는 (왼쪽)북한과 김포가 동시에 보인다. 사진=뉴스1
김씨의 월북 경로로 추정되는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 앞 초소가 인적 없이 조용하다. 전방에는 (왼쪽)북한과 김포가 동시에 보인다. 사진=뉴스1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지 3년 만에 다시 월북한 김모(24)씨의 행적이 군 감시장비에 포착됐지만, 군은 초동대처에 실패한 것으로 조사됐다.

합동참모본부는 31일 인천 강화도 월미곳에서 발생한 탈북민 월북 사건에 대한 검열 결과에 따라 해병대 사령관과 수도군단장을 엄중 경고하고, 해병 2사단장을 보직 해임하는 등 관련자를 징계위에 회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합참은 북한 보도를 통해 지난 26일 월북 사실을 인지한 직후 28일까지 검열 점검을 한 결과 △수문 등 취약요인 보완대책 △경계 및 감시요원에 의한 의아점에 대한 적극적 현장조치 △열상감시장비(TOD) 등 감시장비 최적화 및 정상가동상태 확인 등에 대한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김씨는 18일 오전 2시 18분께 택시를 타고 연미정 인근에 하차했지만, 당시 200m 거리에 있던 민통선 초소 근무자가 택시 불빛을 보고도 이를 확인하거나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2시 34분께 연미정 인근 배수로로 이동한 김씨는 2시 46분께 한강으로 입수했다. 배수로 탈출에 12분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합참은 배수로에 이중 장애물이 있긴 하지만, 낡고 훼손돼 '보통 체구의 사람'이 통과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강에 입수한 김씨는 오전 4시께 북한 지역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연미정 소초 인근에서 한강에 입수 후 북한 땅에 도착하는 전 과정은 군의 근거리 및 중거리 감시카메라 5회, 열상감시장비(TOD) 2회 등 총 7차례 포착됐다.

합참 관계자는 "(나중에) 군 감시장비 전문가가 출발지점과 시간 특정해 조류 예상 이동경로 등 근거로 녹화영상 수차례 반복 확인해 다양한 부유물 속에서 영상을 식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강 상황이 군 감시장비에 포착됐지만, 배수로 탈출 상황 등 초기 상황 인지에 실패한 탓에 식별이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합참은 재발 방지를 위해 민간인 접근이 가능한 철책 직후방 지역을 일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주기적인 기동 순찰도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합참은 조사 과정에서 TOD 녹화영상의 '백업'을 위해 실시간 저장되는 네트워크영상저장장치(NVR)에 일부 오류가 있었던 사실도 뒤늦게 확인했다.

월북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23일 TOD 반장이 해당 장비의 녹화기능에 장애가 있음을 확인하고, 이후 저장용량 문제로 판단해 23일 이전 영상을 모두 삭제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다만 당시 월북 사건 발생 사실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고의성은 없었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