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청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정원 청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21년 만에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 '박지원 체제'를 기점으로 개칭이 이뤄지는 만큼 향후 어떠한 역할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당·정·청은 30일 오전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통해 국정원의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개칭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안보' 집중…국내정치와 절연

대외안보정보원이란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앞으로 국정원은 '해외'와 '안보' 분야에 집중하고 국내정치 개입과 절연하면서 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과거 정치적 상황과 조직에 요구되는 역할에 따라 여러 번 명칭이 바뀐 바 있다.

1980년까지는 '중앙정보부', 1981∼1998년에는 '국가안전기획부'였으며 1999년부터 현재까지는 '국가정보원'으로 불려왔다.

우선 새롭게 출범하는 대외안보정보원은 해외 및 북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또한 '안보'의 개념이 단순한 남북 간 대결이나 군사적 충돌을 넘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새로운 위협에 대한 신안보 개념으로 확장하는 만큼 이 같은 분야에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원 국정원장, 추미애, 김태년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원 국정원장, 추미애, 김태년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정치의 '정(政)자'도 꺼내지 않겠다"던 박지원

국정원은 국내정치 참여를 더욱 엄격히 제한할 장치를 마련한다. 박지원 신임 국정원장 역시 내정 이후 줄곧 "앞으로 제 입에는 정치의 '정(政)'자도 올리지 않겠다"고 강조해왔다.

당·정·청은 △직무 범위에서 국내정보 및 대공수사권 삭제 △국회 정보위 감사관의 외부통제 강화 △감찰실장 직위 외부개방, 집행통제심의위원회 운영 등 내부통제 강화 △직원의 정치 관여 등 불법행위 시 형사처벌 강화 등을 추진키로 했다.

해당 논의 내용은 '국가정보원법'으로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의 국내정치 참여 차단은 현 정부의 꾸준한 기조이자 박 원장의 취임 일성이기도 했다.

박 원장은 취임사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은 과감한 개혁조치로 잡음과 논란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국민들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그동안의 개혁을 법과 제도로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정원은 국내 각 기관에 파견하던 국내정보 담당관(IO)을 모두 철수하며 국내정치 불개입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현재 거대 야당인 국회 지형을 고려할 때 향후 이 같은 개혁안이 담긴 국정원법 개정안은 큰 어려움 없이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정원 개혁 방향 구체화…조직개편 이어질 전망

개혁 방향이 구체화하면서 그에 맞게 조직개편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 원장이 지난 27일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구상에 따르면 그동안은 국정원 1차장이 해외파트, 2차장이 대북파트를 맡아왔으나 향후 대북과 해외정보 수집 기능을 1차장이 모두 담당하는 쪽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질 거로 보인다.

기존 해외정보 수집 기능도 결국은 북한에 방점을 두고 이뤄져 온 만큼 두 기능을 하나로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또 2차장은 그동안 해온 방첩 기능을 맡고, 과학정보본부를 3차장으로 승격·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박 원장은 청문회 당시 3차장이 맡을 과학수사 관련 기능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과학 사이버 첩보 분야'를 담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배터리 등 각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산업스파이를 통해 국내 기술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컴퓨터, 모바일 등 네트워킹을 통한 국민 개개인의 생활이 이뤄지는 환경이 보편화한 가운데 해킹 등 사이버 위협에 대한 감시에도 힘을 싣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통상 국정원 인사가 7∼8월께 이뤄진 만큼 박 원장의 취임을 계기로 조만간 국정원 개혁 구현을 위한 조직개편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