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감사발표 지연 속 '41% 대통령' 발언에 발끈
"보수의 대안" 정치적 관측에 의구심 더 커진듯
'터질 게 터졌다'…감사원장 때리기 나선 여권, 왜?
최재형 감사원장을 둘러싼 여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감사원의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감사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의 상징인 탈원전 정책에 대한 최 원장의 비판적 입장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자 기류가 냉랭해지고 있다.

그동안 여권은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가 계속 미뤄지는 상황에 불만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특히 감사원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저평가됐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불거지면서 우려가 커졌다.

조기폐쇄 사유 중 하나였던 경제성이 낮다는 정부 판단이 잘못됐다는 감사 결과가 나올 경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온 정권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권은 감사원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이고 문 대통령이 최 원장을 임명했다는 점에서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관망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그러다 최 원장이 지난 4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직권심리 과정에서 '대선에서 41%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 와중에 최 원장이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공석인 감사위원에 임명하려는 청와대의 뜻을 친정부 성향 인사라며 거부했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더는 묵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일제히 쏟아졌다.

29일 탄핵 언급까지 나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여권으로선 인내의 한계점이 된 양상이다.

소병철 의원은 "평생 존경받는 법관으로서 생활해 온 게 맞는지 의구심까지 든다"고, 신동근 의원은 "대통령 우롱을 넘어 대선 불복이나 다름없는 반헌법적인 발상"이라고 공격했다.

'터질 게 터졌다'…감사원장 때리기 나선 여권, 왜?
최 원장의 행보에 소신이 아닌 정치적 사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여권 일각의 의구심도 여과 없이 표출됐다.

실제로 최근 들어 정치권에서는 원전 감사 논란과 맞물려 최 원장이 윤석열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함께 차기 대선에서 보수의 대안으로 나설 수 있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여기엔 최 원장의 동서가 탈원전에 비판적인 보수 유력지의 중견 언론인과 원자력연구원의 간부란 점이 일정 부분 작용했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친족 관련 사항을 감사할 수 없도록 한 감사원법을 어긴 것 아니냐"며 "탄핵에 이를 만한 것인지 국민이 판단할 것이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최 원장에 대한 여당의 공세에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내부엔 불편한 기류가 흐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청와대는 감사위원 임명 제청 거부 논란에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는 입장을 내놨다.

인사권자가 대통령임을 강조한 것은 최 원장에 대한 '경고장'에 다름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래통합당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히 수사하라'며 대통령이 임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금 모습을 함께 떠올린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내달 중순 이후에나 감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 착수 11개월 만이자 한차례 연장한 감사 시한을 6개월을 넘기는 시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