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원내 '정책 투쟁' 힘 잃어
홍문표·정진석 등 중진들 강경론
"원외서라도 견제·감시 역할해야"

김종인 "의회 제 기능 못하면
원밖 야당 생기게 마련" 힘실어
< 국회의장 찾아가 항의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9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에 대해 항의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국회의장 찾아가 항의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9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에 대해 항의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미래통합당이 ‘장외투쟁’ 카드를 고민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법 등에서 여당의 강행 처리에 힘없이 끌려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당내 중진을 중심으로 원내에서가 아니라면 원외에서라도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야당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장외투쟁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쉬쉬하던 ‘장외투쟁’ 수면 위로
통합당은 29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국회 운영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동안 통합당은 황교안 전 대표 체제가 지난 4·15 총선에서 대패한 가장 큰 원인으로 장외투쟁을 꼽고 가급적 관련 발언을 자제해 왔다. 총선 후 새로 들어선 지도부는 그동안 중도 유권자를 잡겠다며 원내 정책투쟁에 집중하기로 하고, 지난달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상황에서도 “장외투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장시간 회의에서도 여당을 저지할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자 결국 장외투쟁 주장이 나왔다.

가장 먼저 나선 건 4선의 홍문표 의원이었다. 그는 공개적으로 지도부와 같은 당 의원들을 향해 “‘밖에 나가면 국민 의견에 맞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불만으로 참고 기다려 왔는데 우리 야당의 의미가 뭐냐”라며 “우리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과 관계없이 대한민국 시장경제를 위해 지도부가 결정하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선의 정진석 의원 역시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원내외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야당에는 투사가 필요하지, 온화한 패셔니스트로는 안 된다”며 “광화문에서 부동산 횃불이라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외투쟁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터져 나오자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총을 한 번 더 열어 투쟁 방향을 점검하겠다”며 “장내외 투쟁을 병행하되 장외투쟁의 방법들은 구체적으로 더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자체 부동산 대안도 발표
통합당은 일단 원내 정책투쟁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날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을 대체할 자체 대안을 내놓았다. 주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 송석준 부동산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적률 대폭 상향, 수도권 정비사업, 상업·업무용 건물의 리모델링 등을 통한 주택 100만 호 공급 △종부세 공제액 상향,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 LTV(담보인정비율) 상향 등의 금융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통합당은 잡으라는 집값은 못잡고 부동산 시장만 잡는 정부·여당의 부동산 대책을 적극 저지하며, 부동산 시장 정상화로 국민 누구나 노력하면 살고 싶은 지역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통합당이 자체 부동산 정책 대안을 내놨지만 법안의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정책의 골자인 ‘규제완화’가 민주당의 당론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 내부에서도 관련 법안들이 상임위 문턱을 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외투쟁을 주장하는 의원들은 이 같은 ‘원내투쟁의 무력화’가 이어진다면 당의 중론이 자연스럽게 원내보다는 원외투쟁 쪽으로 몰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기존의 보수야당의 방식과는 달라져야 한다’며 과거 강경 장외투쟁 방식에 부정적이었던 김종인 비대위원장조차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의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면 자연적으로 원 밖의 야당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이런 식으로 다수의 횡포로 법안심의도 없이 자기들 맘대로 해버리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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