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가 열리기 전 이미 처리된 것으로 국회 전산망에 표시돼 논란이 일었다. 법사위 측은 “행정 착오”라고 해명했지만 미래통합당은 “국회를 농락한 것”이라며 검찰 고발을 예고했다.

법사위 통합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29일 오전 9시에 열린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오늘 오전 8시29분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법사위 민주당 간사)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해당 화면을 캡처한 자료를 제시했다.

국회 법안 처리 현황을 보여주는 전산망인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시간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여러 건이 29일자로 ‘대안반영폐기’됐다고 표시됐다. ‘대안반영폐기’란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됐을 때 상임위에서 이를 병합해 논의한 뒤 위원회 차원의 단일안을 만들고 나머지는 없앴다는 뜻이다. 정부가 발의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같은 날짜로 ‘수정가결’됐다고 표시됐다.

이날 예정된 법사위 개의 시각은 오전 10시30분이었다. 법안 심사를 위한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의안정보시스템에 폐기 또는 가결 등의 처리 결과가 표시된 셈이다. 해당 처리 표시는 법사위 개의 직전인 오전 10시4분께 사라졌다. 김 의원은 “소위와 전체회의도 열지 않고 민주당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병합된 것”이라며 “자신들이 원하는 법을 의결도 하기 전에 처리해버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 차원에서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장호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은 이날 전체회의에 출석, “오늘 새벽에 백 의원실로부터 주택임대차보호법 6건에 대한 대안에 서면동의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서면 동의안을 접수하면 의안정보시스템에 기안하게 돼 있는데 프로그램 자체가 ‘대안’이란 표현을 읽으면 의결 전이라도 ‘대안반영폐기’로 표기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정착오였고, 불찰이 있었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철저하게 조사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책임을 지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윤 위원장은 통합당의 항의 직후 민주당만의 찬성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대안을 상정했다. 표기 논란을 빚었던 백 의원 법안 등은 대안에 반영되면서 이날 회의에서 폐기됐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g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