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참전에 경의 표하며 미중갈등 속 '편들기' 이어가
김정은, 다시 '핵억제력' 강조…안보·결속 다지며 미국엔 견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휴전 67주년을 계기로 '자위적 핵 억제력'을 직접 언급하고 나서 주목된다.

올해 들어 김정은 위원장의 입에서 핵 억제력 발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미국과 대결해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6·25전쟁 휴전기념일에 미국을 향해서는 핵을 통한 체제 수호 의지를, 주민들에게는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27일 제6차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해 "우리는 핵 보유국으로 자기발전의 길을 걸어왔다"면서 "효과적인 자위적 핵억제력으로 하여 이 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을 것이며 우리 국가의 안전과 미래는 영원히 굳건하게 담보될 것"이라고 연설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핵 억제력을 다시 들고나온 북한은 지난 5월 당 중앙군사위 제7기 4차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9일 열린 5차 확대회의 비공개회의에서는 '전쟁억제력'으로 표현의 수위를 조금 낮췄다.

한반도 정세를 지켜보며 대미 비난의 수위를 조절하고는 있지만, 미국의 대북 압박이 지속하는 한 체제 수호를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국방력을 지속해서 강화하겠다는 노선에 변함이 없음을 보여준다.

김정은, 다시 '핵억제력' 강조…안보·결속 다지며 미국엔 견제

특히 김 위원장이 "우리는 총이 부족해 남해를 지척에 둔 낙동강 가에 전우들을 묻고 피눈물을 삼키며 돌아서야 했던 동지들의 한을 잊은 적이 없다"며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최강의 국방력을 다지는 길에서 순간도 멈춰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데서 잘 드러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6·25전쟁과 현재의 북미관계를 모두 냉전적 대결구도로 규정하면서 핵 개발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6·25전쟁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핵 억제력 강화가 지속하여야 한다는 논리"라고 분석했다.

또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인민지원군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북미 대화 정체 국면이 지속하는 가운데 남중국해와 홍콩국가보안법, 무역갈등 등으로 미·중 간 대립이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 중국의 편에 확고히 서서 미국과 각을 세운 셈이다.

더욱이 이번 연설은 핵을 내세워 내부 결속력을 다지려는 성격이 강해 보인다.

올해 휴전일은 '꺾어지는 해'도 아닌 데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단체 행사도 자제하는 가운데 노병대회가 열렸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열린 5차례 노병대회 중 참석해 연설까지 한 것은 2015년 4차 대회 뿐이다.

그러나 당시 북미 간 대립 국면에서도 김 위원장의 연설에는 핵 억제력 언급이 일절 없었으며 전쟁 참가자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청년세대의 각성을 촉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정은, 다시 '핵억제력' 강조…안보·결속 다지며 미국엔 견제

현재 김정은 정권은 대내외적으로 최악의 상황에 부닥쳐있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에 맞서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 정면돌파전을 선언했지만, 미국의 대북제재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코로나19로 북한의 유일한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의 지원마저 여의치 않다.

민생고가 악화하면 민심 역시 나빠지고 이로 인한 사회적 이완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 핵을 통한 체제 고수를 앞세워 내부를 죄이고 결속을 다질 필요가 절실한 셈이다.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선전에서 '주민생활 향상을 위한 헌신'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도 역으로 경제난에 따른 민심 악화를 엿볼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에서 '세상이 무시할 수도 없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전략적 지위에 올라선 것'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노병들과 공유함으로써 노병과 신세대 군인 간의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차별화된 업적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충성심을 고취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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