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정회하자 야당 의원 찾아가 "살살 좀 해" 싱긋
'전략인 거 안다' 野의원 지적에 "저도 의원 전략 안다"
'공수교대' 무색…박지원, 야당에 "확실히 해라" 호통·훈수(종합)
"왜 자꾸 그런 걸 물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저격수'가 아닌 수비수로서 인사청문회 무대에 올랐지만 스타일까지는 바꾸지 못했다.

4선 의원을 지내면서 청문회 공격수로 맹활약했던 박 후보자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언성을 높이며 호통을 치거나 훈계조의 답변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한껏 목청을 높이다가도 청문회가 정회하자 야당 의원들을 찾아가 악수를 하며 "살살 좀 해"라고 말하는 등 '정치 9단'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능수능란함을 보이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이 학력 위조 여부를 가릴 수 있는 단국대 학적부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저는 공개하지 않겠다"며 미제출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통합당 하태경 의원이 "떳떳하지 못한 게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박 후보자는 "아니, 왜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느냐"며 "제 말 좀 들어보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적증명서 제출을 재차 요구하자 박 후보자는 "비겁하게"라며 "의정활동이라고 하지 말고 확실히 해라. 이건 모든 사람의 명예가 걸려 있다"고 맞섰다.

도리어 "저는 1960년 목포 문태고를 졸업했는데, 단국대 학적부에는 '1963년 문래고'를 졸업했다고 돼 있다"라며 "그러면 제가 고등학교도 허위 학력이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하 의원은 "'문태'에서 '문래'는 오해할 수 있지만, 조선대를 광주교대로 오해하는 건…"이라고 반박했다.
'공수교대' 무색…박지원, 야당에 "확실히 해라" 호통·훈수(종합)
공방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하 의원이 "후보자의 전략을 다 알고 있다"고 하자, 박 후보자는 "저도 의원님 전략을 안다"고 응수했다.

또 "국민들이 다 보고 있다"는 하 의원의 지적에 박 후보자는 "저희 국민들도 봐요"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하 의원이 1965년 당시 규정상 단국대 졸업 이수 학점이 부족한 점을 근거로 '졸업 자격 무효'를 주장하자 78세인 박 후보자는 "55년 전이면 존경하는 하 의원이 태어나지도 않았다"며 "그 당시와 21세기 개념은 많은 차이가 있다"고 응수했다.

대북관 문제를 제기하는 통합당 조태용 의원을 향해서는 "때로는 전문 분야 아닌 곳에서도 일할 수 있고, 의정활동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폭넓게 이해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훈수를 두기도 했다.

그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전 체결된 4·8 남북 경제협력 합의서에 '선불 5억 달러, 후불 25억 달러'를 제공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여기에 당시 남측 특사였던 박 후보자의 서명도 담겼다'는 통합당의 주장도 목소리를 높여 적극 반박했다.

박 후보자는 "위조서류"라며 "카피(사본)를 주면 검찰, 경찰, 혹은 기관에 수사 의뢰를 하겠다"고 말했다.

전해철 정보위원장이 '합의서를 줄 테니 법적 절차가 있으면 밟으라'며 중재에 나서자, 박 후보자는 "자신 있으면 (통합당에) 밖에서 공식적으로 하라고 해라. 면책특권을 쓰지 말고. 그럼 제가 고소하겠다"고 쏘아붙였다.

박 후보자는 과거 자신의 유죄가 확정된 대법원판결에 대해서도 "승복은 하지만 이의는 제기한다"면서 자신이 불법 대북 송금을 공모했다는 혐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박 후보자는 모 업체 대표 이모(78) 씨로부터 2015년 5천만원을 빌린 뒤 5년간 원금과 이자를 갚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치하는 사람이 전당대회 선거 앞두고 돈 좀 빌리고 준비하는 건 상식 아니냐"며 당당한 자세로 답변했다.

하 의원이 "그분(이씨) 말씀은 국정원장 자격이 없는 분이라고 한다"라며 "녹음을 공개할까"라고 묻자, 박 후보자는 "하세요! 하세요"라고 소리치며 "어떻게 그렇게 친구 간 이간질을 하냐"고 따졌다.
'공수교대' 무색…박지원, 야당에 "확실히 해라" 호통·훈수(종합)
박 후보자는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주적이 북한인 것은 틀림없죠?'라며 답변을 촉구하자, "말씀드렸는데 기억을 못 하느냐"며 "여기서 100번 소리 지를까요? 광화문 광장에서 할까요?"라고 따지듯 물었다.

주 원내대표가 '2017년 (대선 후보 토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주적이 어디냐는 질문에 대해 답을 못했고, 박 후보자는 문 후보의 안보관이 의심된다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지적하자, 박 후보자는 "정치적 발언이었다"라고 답변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오후 4시 15분께 공개청문회가 끝나자 비공개 청문회장으로 이동하기 전 자신을 시종 공격했던 주 원내대표 옆으로 가 악수를 청했다.

주 원내대표가 악수하며 "낙마 확 시켜버릴까"라고 말하자 박 후보자는 "살살 좀 해"라고 응수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가 웃으며 "자기는 9명이나 낙마시켜 놓고 우리는 한 명이라도 해야지"라고 말하자 박 후보자 역시 웃으며 "좀 봐줘"라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이어 하태경 의원과도 악수하며 "살살 좀 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