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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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7일 "민주당 지자체장의 연이은 성폭력 사건은 여성 유권자들 분노케 했고, 웬만한 대책으로는 민주당에 다시 지지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당 대표가 지명할 수 있는 두 명의 최고위원을 모두 여성으로 하는 방안을 제안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남 최고위원은 민주당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입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측근으로,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 고소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별보좌관은 남 최고위원의 보좌관으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남 최고위원은 박 전 시장의 장지까지 따라가는 등 박 전 시장과의 깊은 인연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기자들이 민주당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장으로서 박 전 시장의 성 추문 관련 입장을 묻는 말에는 묵묵부답했습니다.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일부 기자에게는 소속까지 물어보는 등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전해졌습니다.

그런 남 최고위원이 돌연 여성 최고위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남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 사안인 여성 (장·차관 기용) 30% 공약을 지키고 있으며 여성 30% 배치가 대통령 인사권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습니다.

남 최고위원은 이날 박 전 시장 성추행 사태와 관련 "나부터 통절히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무엇을 반성하는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렵게 젠더폭력상담 신고센터 설치 규정을 만들었으나 전담인력을 배치받지 못해서 선거 기간에만 용역으로 외부 전문가를 쓸 수밖에 없었다"며 '남 탓'으로 읽히는 발언을 내놨습니다.

남 최고위원을 비롯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내면서도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표현했습니다. 과거 서지현 검사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때에는 서 검사를 '피해자'로 지칭하며 기자회견까지 열었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남 최고위원은 "너무나 참담한 마음과 자책감이 엉켜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양해해 달라"고 울먹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남 최고위원이 박 전 시장 사건과 같은 권력형 성 추문 사태 해법이라고 내놓은 건 '여성 최고위원 자리 늘리기'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앞서 박 전 시장 사태에 침묵하는 민주당 여성의원들을 향해 "여성 팔아먹고 사는 여성들"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