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6명 고장난 전기·보일러·가스·수도 수리 봉사
부품·재료비는 희망나눔 1인 1계좌 운동 성금으로 해결

충북 괴산에서 주택 수리를 하는 임성하(45)씨는 지난 22일 청천면의 A(70)씨 집을 방문, 낡은 거실 문을 수리해줬다.

[톡톡 지방자치] 취약계층 민원 해결사…괴산 '출동반장'
방충망을 설치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간 건데 막상 도착해 보니 알루미늄 재질의 문이 낡고 아귀가 맞지 않아 제대로 여닫히지 않는 상태였다.

예정에 없었지만 모른 척 외면할 수 없었던 임 씨는 다른 일정을 포기하고 반나절을 A씨 집 문을 고치는데 매달렸다.

그가 공을 들인 덕분에 문은 말끔하게 수리됐다.

찬바람이 들이쳐도 뾰족한 대책 없이 추운 겨울을 나야 했던 A씨는 뜻하지 않은 값진 선물을 받았다며 기뻐했다.

임씨는 수리비는 물론 방충망 등 재료비를 일절 받지 않았다.

취약계층의 생활 민원을 해결해주는 '출동반장'인 그는 이런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자원봉사로 하는 일이고, 재료·부품비는 괴산군이 지원한다.

괴산군이 올해 시작한 '우리 동네 출동반장'은 임씨처럼 주택 수리와 전기·보일러·가스·수도 분야 기술자들이 홀로 사는 노인이나 저소득 가정 등 취약계층의 생활 민원을 처리해주는 제도다.

[톡톡 지방자치] 취약계층 민원 해결사…괴산 '출동반장'
임씨를 비롯해 송진우(42·전기)·김병준(59·전기)·김덕준(59·보일러)·배성우(72·보일러)·이주상(47·가스)씨 6명이 출동반장으로 임명됐다.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인 이들은 사업취지를 듣고 흔쾌히 재능 기부하겠다며 출동반장을 맡았다.

이들은 지난 3월 출동반장에 위촉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탓에 지난달에야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수 있었다.

한 달 새 30여 건의 취약계층 생활민원을 처리했다.

비가 새는 지붕이나 막힌 싱크대와 하수구, 고장 난 보일러와 가스관이 이들의 손에 의해 말끔하게 수리됐다.

집이 망가지고 시설이 고장 나도 형편이 안 돼 손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불편하게 생활했던 노인이나 저소득 가정에 출동반장들은 든든한 후원자이자 만능 해결사인 셈이다.

이 제도가 빛나는 이유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기부로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안전망이 가동된다는 점이다.

출동반장들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꺼이 자원봉사에 나서고, 이들의 봉사활동에 드는 수리비는 주민들이 낸 기부금으로 해결한다.

[톡톡 지방자치] 취약계층 민원 해결사…괴산 '출동반장'
지난해 3월부터 괴산군이 벌인 '괴산사랑 희망나눔 1인 1계좌 갖기' 운동으로 모은 성금이 그 원천이다.

이 운동을 통해 지금까지 총 1억5천200여만원을 모았다.

일시금으로 기탁한 8천600여만원 이외에도 매달 2천원 이상 꾸준히 내는 계좌가 416건에 달한다.

이들 계좌를 통해 매달 440여만원이 모아진다.

여기에는 괴산군 공무원들이 급여나 수당에서 1천원 이하 잔돈을 매달 기부하는 우수리 성금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공무원들이 모은 우수리 성금은 4천500만원에 달한다.

출동반장 제도가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을 지원해 펼치는 취약계층 지원 사업과는 결이 다르고, 빛나는 이유다.

이차영 괴산군수는 "모든 주민이 자발적으로 나서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고 보듬는 사회가 살맛 나는 세상,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힘"이라며 "괴산사랑 희망나눔 운동과 출동반장 제도가 인정이 넘치는 괴산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군수는 "더욱더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 형편이 어려운 주민이 외롭거나 힘겹게 지내지 않도록 보살피고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