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경기지사 재선 계획, 김부겸 전대 출마에 철회
"이재명, '대선 불출마' 전제로 당권 도전하려다 접었다"
대법원 판결 이후 대권 잠룡으로 기사회생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까지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고심했던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대선 불출마의 배수진을 치고 당권에 도전한 뒤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방안을 고민했지만, 8·29 전당대회가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의 대결 구도로 굳어지면서 이를 접었다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와 가까운 정치권 인사들에 따르면 이 지사는 주변에서 '2022년 대선 출마를 접고, 당 대표 선거에 나서자'는 조언을 받고 지난달 말까지 이를 검토해왔다.

아직 젊어서 대권 도전을 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데다 경기도정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어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2022년 재집권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고려도 있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이 입법 사법 행정은 물론 지방권력까지 장악해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향후 2년간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면 큰 후폭풍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이 지사가 코로나19 대응 국면을 거치며 행정가로서 추진력을 평가받은 만큼, 당 대표로서 문재인 정부 후반기 입법과제 추진 역할을 맡아보는 게 어떻냐는 의견도 제기됐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선 불출마' 전제로 당권 도전하려다 접었다"
그러나 지난달 김부겸 전 의원이 이 지사가 검토했던 것과 똑같은 '대선 불출마' 카드를 들고 당권 출마 의지를 피력하면서 이 시나리오는 접은 것으로 전해진다.

2006년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보선에 나설 당시 김 전 의원이 경기도당 공천위원장으로서 이 지사를 단수 공천했던 인연이 고려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이 지사는 당내서 제기되는 '김부겸 지원론'에는 거리를 두며 중립적인 입장을 표방하고 있다.

당내 다수인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이 이 지사에게 껄끄러운 감정을 가진 상황에서, 이 지사가 김 전 의원을 돕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실제 득표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현실론도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향후 이 지사는 전대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대언론 공개 행보와 도정에 집중하면서 당 안팎의 현안에 선명하게 입장을 표명하는 '사이다' 발언으로 존재감을 부각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당의 한 관계자는 "판단이 빠른 이 지사가 무리하게 특정 후보만 공개적으로 지원하는 식의 행보는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