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지원사업 장려로 인민들에 부담 들씌워"…"당 이미지에 흙탕칠"
"책임있는 간부 전부 교체하고 단단히 문제세워라"…처벌 예상
김정은, 평양종합병원 건설현장 시찰…"마구잡이식 공사" 질책(종합3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찾아 마구잡이식으로 공사가 진행돼 주민 부담을 늘린 데 대해 엄하게 질책하면서 지휘부 교체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현지지도했다"며 "건설련합상무(태스크포스·TF)가 아직까지 건설예산도 바로 세우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경제조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질책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 "우리 인민들을 위하여 종합병원건설을 발기하고 건설작전을 구상한 의도와는 배치되게 설비, 자재보장사업에서 정책적으로 심히 탈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질책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 등으로 병원 건설에 쓰일 자재를 원활히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3월 17일 병원 착공식에 직접 참석해 올해 계획했던 많은 건설사업을 뒤로 미루고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까지 완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 속 공사현장은 완공 기일이 석달도 남지 않았음에도 건물 일부의 층수가 다 올라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어려움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평양종합병원 건설현장 시찰…"마구잡이식 공사" 질책(종합3보)
특히 김 위원장은 "각종 지원사업을 장려함으로 해서 인민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들씌우고 있다고 호되게 질책하셨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또 김 위원장은 "건설련합상무가 모든 문제를 당정책적 선에서 풀어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며 "이대로 내버려 두면 우리 인민을 위한 영광스럽고 보람찬 건설투쟁을 발기한 당의 숭고한 구상과 의도가 왜곡되고 당의 영상에 흙탕칠을 하게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에게 병원 건설 지원을 강요해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애민정신'을 내세우며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집권 후 경제현장 시찰 때 문제점을 수시로 비판하고 있으며, 북한 관영 매체들은 이를 그대로 공개하고 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당중앙위원회 해당 부서들에서 평양종합병원 건설련합상무 사업정형을 전면적으로 료해(파악)하여 책임있는 일군들을 전부 교체하고 단단히 문제를 세울 것"을 지시했다.

관련 간부들에 대한 처벌 조치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번 시찰에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박봉주·박태성 당 부위원장, 김재룡 총리가 함께했다.

지난 4월 당 조직지도부장에서 해임된 후에도 여전히 정치국 회의 등 주요 행사에 참석 중인 리만건과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모습도 보였다.

현장에서는 김 위원장을 제외한 대다수 간부와 관계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김 위원장의 지시를 듣고 있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김여정·조용원 제1부부장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와 비공개회의를 주재한 데 이어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시찰하며 연일 공개활동에 나섰다.

중앙통신은 시찰 날짜를 보도하지 않았지만, 전날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정은, 평양종합병원 건설현장 시찰…"마구잡이식 공사" 질책(종합3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