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하고,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공행진하는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한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를 모두 세종시로 이전했을 때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은 일자리와 주거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며 “지방 소멸은 대한민국 전체의 성장과 발전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한다”며 “행정수도 완성은 국토 균형 발전과 지역의 혁신성장을 위한 대전제이자 필수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결론 난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관습적으로 서울이 수도’라며 행정수도 이전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김 원내대표는 “실거주 1주택 외 다주택은 매매·취득·보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초과이익은 환수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며 부동산 투기 근절대책을 강화할 뜻도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공정거래법, 상법, 대·중소기업상생법 등 반(反)기업 법안을 이달 개정 처리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부동산 성난 민심에…'위헌' 행정수도 다시 꺼낸 與
진보로 바뀐 헌재 등에 업고 '제2의 신행정수도법' 추진할 수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전격 제안한 것은 부동산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내 한 충청권 의원은 “당내에 국토 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청와대까지 전부 옮기자는 주장은 예상 밖”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안의 파괴력은 있지만 실제 실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여당의 ‘국면전환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金 “균형발전 새로운 모색 필요”

김 원내대표는 “그동안 공공기관을 대거 지방으로 이전하며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충분치 않았다”며 “행정수도 완성이 지체되면서 효과는 반감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수도권 집중이 8년가량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시 한번 균형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부동산 문제를 풀기 위해 현재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머물고 있는 세종시를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격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2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수도권 집값이 잡히지 않고 있다는 게 정부·여당의 고민이다. 강력한 부동산 규제는 조세 저항 운동까지 불러일으켰다. 정부·여당은 뒤늦게 도심 용적률 상향, 국가 소유 골프장 활용 등 공급 확대로 방향을 틀었지만 대규모 주택 수요를 해소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재판관 6명, 진보 성향

행정수도 이전이 처음으로 추진된 2004년과는 조건이 다른 점도 김 원내대표가 강하게 주장한 배경이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충청권으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근거 법률인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신행정수도법)’에 대해 ‘관습적으로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란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여덟 명의 헌법재판관이 교체되면서 헌법재판소 성향이 달라졌다. 헌법재판관 9인 중 6명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위헌 결정은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제2의 신행정수도법이 통과되더라도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는 물론 청와대까지 세종으로 이전할 경우 국론이 분열될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정부가 신행정수도법을 추진했을 때도 수도이전반대국민포럼 등이 만들어지는 등 갈등이 상당했다. 야당도 즉각 난색을 보였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헌재가 할 수 없다고 이미 결정했다”며 “이제 와서 뒤집을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행정수도 이전 논란으로 ‘물타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이런 부동산 대책은 안 익은 생선을 자꾸 뒤집다 살만 부서지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달 30일 본회의 처리”

김 원내대표는 종합부동산세법 등 부동산 관련 입법과 함께 반(反)기업법으로 불리는 법안도 이번 임시국회 내 처리할 의지를 내비쳤다. 김 원내대표는 “누군가의 고통을 담보로 한 성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경제주체 모두가 고르게 성장할 길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임시국회 내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소상공인 보호와 지원, 지역상권 상생과 활성화를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입점 제한, 프랜차이즈 골목 상권 진입 금지 등이 입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계는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거대 여당의 주도로 수정 없이 정부안대로 통과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또 “20대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도 야당과 협의하며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 법안은 상임위를 거치면 민주당 단독으로 본회의 처리가 가능하다. 여야는 이달 30일과 다음달 4일 국회 본회의를 열 예정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