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8일 SNS에 '그린벨트 해제 반대' 등 부동산 현안에 대한 의견과 함께 '금부분리 정책'을 제안했다. /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8일 SNS에 '그린벨트 해제 반대' 등 부동산 현안에 대한 의견과 함께 '금부분리 정책'을 제안했다. /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이 18일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게 정치권 ‘핫 이슈’로 떠올랐다.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그린벨트 일부 해제를 검토하는 정부 방침과 다소 다른 결의 발언일 뿐 아니라, 소관 부처가 아닌 법무부 수장이 부동산 현안에 적극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라 야권 중심으로 뒷말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추미애 장관은 이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부동산 문제를 집중 언급한 글을 올려 “돈 없는 사람도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을 쫓아가지 않으면 불안한 사회가 됐다. 한정된 자원인 땅에 더 이상 돈이 몰리게 해서는 국가의 비전도 경쟁력도 다 놓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자나 의원의 말 한 마디로 서울 집값이 잡히는 게 아닌 줄 모두가 안다”고 입을 뗀 추미애 장관은 단순 견해 수준을 넘어 “20세기 금융의 산업 지배를 막기 위해 금산분리 제도를 고안했듯 금융과 부동산을 분리하는 21세기 ‘금부분리 정책’을 제안한다”고까지 했다.

이어 부동산 문제는 현 정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과거 보수 정권부터 시작해 쌓여온 것이라면서 “박정희 개발독재시대 이래로 택지개발 하면서 부패권력과 재벌이 유착해 금융과 부동산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기형적 경제체제를 만들어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동산 족쇄 경제가 돼 실효적 부동산 정책을 펼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 대표를 지낸 5선 중진으로 향후 서울시장 후보군 등으로 거론되는 만큼 국민적 관심사인 부동산 문제에 자기 입장을 낸 ‘정치적 행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왼쪽부터) 권영세 의원, 김근식 교수, 진중권 전 교수가 추미애 장관의 부동산 현안 발언을 비판했다. /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권영세 의원, 김근식 교수, 진중권 전 교수가 추미애 장관의 부동산 현안 발언을 비판했다. / 사진=연합뉴스
범야권 인사들은 추미애 장관의 이같은 행보에 공세 수위를 높였다. 법무부 장관이 ‘집값 훈수’를 둔 모양새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부터 서울시장, 차기 대권 등을 염두에 둔 ‘무리수’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권영세 미래통합당 의원은 “왜 뜬금없이 ‘법무부 장관’이 부동산 문제에 나서냐는 것이다.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 등 내부 일도 복잡한데 현직 장관이 전문분야도 아닌 타 부처 업무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서는 게 어처구니없다”며 “해당 부처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더러 자기 부처에 대한 예의도, 나아가 국민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대통령께서 가만히 계실 일이 아니다”라고 각을 세웠다.

‘추미애 저격수’를 자처하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통합당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이젠 서울 부동산 정책까지 훈수하는 것 보니 법무부 장관 역할은 사실상 끝났다고 보는 것이냐”라며 “최대 중점과제인 윤석열 찍어내기를 위해 온갖 우여곡절 끝에 (‘검언유착’ 의혹 관련) 기자 구속에 성공했으니 한시름 놓은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정책 대안이라고 내놓은 금부분리 정책?”이라고 되물은 그는 “서울 집값 잡히지 않는 이유가 ‘금융과 부동산이 한 몸’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가 ‘미국 군산복합체’ 때문이라는 얼치기 좌파의 비현실적 주장과 똑같다”고 말했다.

김근식 교수는 이어 “설마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숙제 끝났다고 국토부 장관으로 다시 갈 리는 없고, 서울시장 선거 염두에 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역시 SNS에 “법무부 장관 최강욱, 국토부 장관 추미애. 서울시장 나올 모양이네, 아니면 대권?”이라는 내용의 짤막한 글을 올렸다.

추미애 장관은 이러한 반응을 의식한 듯 같은날 다시 SNS를 통해 “법무부 장관도 국무위원으로 국가 주요 정책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고 항변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