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협치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문 대통령은 16일 오후 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 연설을 통해 "(20대 국회의) 가장 큰 실패는 ‘협치의 실패’였다고 생각한다"며 "21대 국회는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반드시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판 뉴딜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은 새로운 미래로 가는 열쇠"라며 "한국판 뉴딜은 포용국가의 토대 위에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두 축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판 뉴딜에) 2025년까지 114조 원을 직접 투입하겠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연설 말미에 강조한 것은 역시 '공정의 가치'였다.

문 대통령은 "시대정신인 공정의 가치를 실현하는데도 국회가 앞장서 주길 바란다"면서 "우리 국민이 가진 혁신의 DNA는 ‘공정한 사회’라는 믿음이 있어야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공정의 가치는 바로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으로 이어진다.

문 대통령은 "20년 넘게 이루지 못했던 개혁과제인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을 20대 국회에서 마련하여 권력기관 개혁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수없이 강조해온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결과는 2018년 11월 1일 있었던 2019년도 예산안 국회시정연설에서도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공정', '공정경제'라는 키워드를 총 10번이나 반복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결과가 보장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면서 "국민 단 한명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여 권력적폐를 넘어 생활적폐를 청산해 나갈 것이다"라며 "사회 전반에 반칙과 특권이 없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국회가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성공적 코로나 대응을 강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며 이밖에 협치의 실패, 한국판 뉴딜의 중요성, 남북 평화, 포용과 상생등을 강조했다. '공정'은 3차례 언급됐고 공정경제는 1회, 공정거래법이 1회 언급됐다.

문 대통령이 가장 중요시 한 '공정의 가치'는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큰 훼손을 입었다. 아직 재판이 진행중이긴 하지만 표창장 위조와 인턴 품앗이 등 사회지도층의 불공정한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붕어, 게, 가재로 살아야만 하는 서민들은 박탈감을 느낀 상태다. 사회가 안고 가야했던 가장 큰 후유증은 '공정하지 못했던 공정'에 대해 누구도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논란 끝에 사퇴한 조 전 장관에 대해 "마음의 빚이 있다"고 두둔했으며 조 전 장관은 자신에 대한 보도행태를 언론탄압과 검찰의 부당한 위력행사로 정의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개원 연설을 마친 뒤 국회 본관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개원 연설을 마친 뒤 국회 본관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수민 미래통합당 의원은 16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공정’은 ‘노 바운더리(경계가 없다)다"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실세’라는 탁현민 대통령 의전비서관의 최측근이 만든 신생 공연기획사 ‘노 바운더리(No boundary)’가 지난 3년간 청와대와 정부 용역 행사 22건을 수주해 30억 원을 벌었다"는 한 언론사 기사를 소개하며 "대통령과 탁 씨의 ‘특수 관계’가 아니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수주 실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문 대통령은 취임식 때부터 '기회는 공정하고…'라며 ‘공정’을 강조했다"면서 "하지만 ‘최측근의 최측근’ 공연기획사가 청와대와 정부 행사 수주에 특혜를 받았다는 공정성 시비에 대해선 '대통령 행사는 보안 사항'이라며 해명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측근의 최측근’이 ‘공정’과는 거리가 먼 ‘독점’을 해도 청와대와 여당은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조 의원은 15일에는 "(고 박원순 시장 성추행 고발 관련) 수사 정보가 가해자에게 전달됐다면 국기(國紀)문란"이라며 "문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13일 기자회견에서 “고소 당일 피고소인(박 시장)에게 모종의 경로로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박 시장에 대한 성추행 고소 사건을 접수한 직후 이를 청와대에 즉시 보고했다고 밝혔고 청와대는 이를 박 시장에게 고지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조 의원은 "경찰이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이 청와대에서 다시 박 시장에게 전달됐거나, 청와대에서 여권 인사를 거쳐 박 시장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해당 내용을 유출한 사람이 경찰이든 청와대 관계자이든 수사 상황 유출은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성(性)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대응을 가해자가 알아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라며 "가해자에게 고소 사실과 내용을 알려준다는 것은 증거인멸, 회유, 협박을 가하도록 하는 것과 다름없다. 사실이라면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威力)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국민들은 피의자가 사회지도층이냐 일반 국민이냐에 따라서 국가 시스템이 국민에게 기준이 다른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목도하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대 대통령 취임사의 가장 상징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 이 대목은 여전히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을까.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