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개소 이후 현재까지 위헌 및 헌법 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개정되지 않은 법률 조항이 25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30년 동안 효력을 상실한 채 입법 공백 상태인 법률도 있다.

17일 서일준 미래통합당 의원이 헌재로부터 받은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 후 미정비 법률 현황’ 자료에 따르면 헌재가 1988년 9월 개소한 이후 지난 6월까지 위헌 결정을 받은 법령 조항은 총 537개였다. 이 중 아직까지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법률 조항은 16개였다.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203개 법령 조항 중에서는 미개정된 채 남아 있는 법률 조항이 9개였다. 위헌 결정은 헌재 결정 즉시 법률의 효력을 잃어버리고, 헌법 불합치는 위헌이지만 법 개정 전까지는 효력이 유지된다.

약사만으로 구성됐다고 하더라도 법인에 대해서는 약국 개설을 금지하는 약사법 16조1항은 2002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그러나 “사회적 갈등 유발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 국민투표법 14조1항도 2014년 헌법 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 조항은 주민등록이나 국내 거소 신고가 돼 있지 않은 재외국민이 국민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규정해 참정권을 박탈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가장 오랫동안 개정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조항은 국가보안법 제19조다. 국가보안법 피의자의 구속기간을 일반 피의자보다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한 조문이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1992년 위헌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헌재 결정 후 28년이 넘도록 개정되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공직선거법, 정당법, 국가공무원법 등에서 위헌 및 헌법 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개정되지 않은 조항들이 있다.

서 의원은 “정부와 국회가 잘못된 법령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21대 국회는 위헌 및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법률 조항을 조속히 개정하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