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故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을 마친 후 운구행렬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故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을 마친 후 운구행렬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직 비서에게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 여권은 박원순 시장의 영결식이 치러진 13일까지도 고소인에 대해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문제 제기는 있을 수 있지만 피해를 기정사실화하고 박원순 시장이 가해자라고 (규정)하는 것은 사자 명예훼손"이라며 "섣부르게 예단할 시점은 아니고 차분히 따져봐야 될 문제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앞서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도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 이후 기자들과 만나 고소인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는 것과 관련 "다른 쪽에선 보도되고 있진 않지만 전혀 다른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허윤정 대변인은 "(입장 발표를) 회피하거나 미루는 게 아니다. 실제로 정확한 내용에 근거해서 대응하겠다"면서 "죽음은 있었지만 죽음의 실체가 파악이 안 된 것이다. 저희로선 지금 이런 상황에서 입장을 내기에는 너무 제한적이다"라고 부연했다.

김혜애 전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도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원순 시장은) 어리고 약한 여성의 인격을 훼손하는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죽음으로 증명했다고? 그런 X소리하지 마라"고 강조했다.

김혜애 전 비서관은 "(박원순 시장은) 사태가 벌어졌을 때 언론과 사회가 벌일 더럽고 저열한 진흙탕 잔치에 상처받을 사람들을 차마 볼 자신이 없었을 것"이라며 "그분이 언제 본인이 피해 받고 상처받을까 두려워 폭력 앞에 주춤하거나 도망친 적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간 박원순을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세상 숭고한 척 하며 눈치 보며 혹은 슬쩍 비판의 숟가락을 얹으며 사자를 외롭게 하지 말라. 역겹다"며 "나는 남은 애도 기간을 그분을 명예롭게 보내드리기 위해 싸울 거다. 이걸로 나와 인연을 끊겠다면 기꺼이 수용한다"고 했다.

박원순 시장 유족도 고소 내용과 관련해 "고인에 대해 일방의 주장에 불과하거나 근거 없는 내용을 유포하는 일을 삼가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부 지지자들은 온라인상에서 "박 시장이 사망한 것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스트레스 때문" "재판에서 무죄 입증 가능했지만 여권에 악영향을 미칠까 결단한 것" 등의 주장도 펼치고 있다. 또 "박원순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여성을 '피해자'가 아닌 '고소인'으로 칭하라"며 언론들에 항의 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홈페이지 갈무리.
민주당 홈페이지 갈무리.
더불어민주당도 당 차원에서 박원순 시장을 추켜세우며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박원순 시장이 사망해 진실을 밝힐 수 없게 되자 여권이 무죄추정원칙을 적용해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선 박원순 시장 죽음과는 별개로 진실을 밝혀 이와 연관된 사람을 처벌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이해찬 대표는 박원순 시장 빈소를 찾아 조문한 직후 "고인에 대한 의혹이 있는데 당 차원 대응이 있을 예정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이 나오자 "그건 예의가 아니다"라고 답변한 뒤 해당 기자에게 "XX자식"이라며 욕설하기도 했다.

고소인 측은 장례식이 끝난 후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박원순 시장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전직 비서는 현재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은 2016년 이후 집무실에서 A씨를 지속적으로 성추행 및 성희롱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