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뉴스1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평소 각별한 친분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홀연히 가버린 형님이 밉다"고 애도했다.

이 지사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숙제만 잔뜩 두고 떠난 당신이 너무도 원망스럽다"며 "황망한 작별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하신 '이 지사는 내 아우다'라는 말씀이 제게 남긴 마지막 말씀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따로 만나자고 약속까지 했는데 더 이상 뵐 수 없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아니, 믿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권변호사로, 사회운동가로, 자치단체장으로, 당신은 늘 저보다 한 걸음 앞서 걸어오셨다. 당신이 비춘 그 빛을 따라 저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이 글을) 몇 번을 썼다 지운다. 너무 많은 말이 떠올라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면서 "박원순, 나의 형님 부디 평안히 잠드소서"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예정된 라디오방송과 팟캐스트 등의 출연 일정을 취소했고, 도는 오전 10시 박근희 CJ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하는 'K컬처벨리 성공 추진 위한 협약식'도 잠정 연기헀다.

박 시장과 이 지사는 평소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두 사람은 시민운동 경력도 비슷해 박 시장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이 지사는 성남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지낸 이력이 있는 등 공통점도 많다.

두 사람이 최근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주목 받으면서 막역했던 사이에 금이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양측은 이슈 선점 경쟁을 했지만, 이 지사의 지지율은 급등한 반면 박 시장은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다만 이는 지나친 추측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 시장은 지난 6일 민선 7기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 지사와 갈등을 조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 지사는 내 아우다. 서울시 정책을 가져가서 잘하면 좋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이 지사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왜 이재명은 눈에 띄고 내가 한 건 눈에 안 띄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억울할 수 있고, 자꾸 (저와) 비교되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에 대한 응답 성격이었다. 이후 박 시장 측은 이 지사 측에 연락해 만남을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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