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가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4월7일 재보궐 선거는 올해 3월17일부터 내년 3월8일까지 사퇴 등 사유로 국회의원, 기초·광역단체장 등의 자리가 빈 곳을 대상으로 치러진다.

현재까지 광역단체 중에서 제1도시 서울과 제2도시 부산에서 모두 보궐선거가 확정됐다. 앞서 올해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직원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자진 사퇴한 바 있다.

여기에 다른 광역단체장들도 재판을 받고 있어 결과에 따라 재보궐 지역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최종심을 앞두고 있다. 2심에서는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300만원의 벌금을 받았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항소심 중이다.

송철호 울산시장도 재판을 앞두고 있다. 송철호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청와대가 송 시장 당선을 위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다는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에 연루됐다.

검찰은 송철호 시장을 황운하 의원(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김기현 시장에 대한 수사를 청탁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올 1월 재판에 넘겼다.

국회에서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벌어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당선인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21대 총선 선거법 위반 재판까지 감안하면 무더기 재보궐 선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4월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 기자회견을 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진=연합뉴스
올해 4월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 기자회견을 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보선의 귀책 사유가 자당에 있으면 후보를 배출하지 않도록 당헌에 명시했다. 이를 엄정하게 적용할 경우 서울과 부산에 민주당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박원순 시장은 성추행 고소에 대한 잘잘못이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본인이 사망,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돼 '귀책 사유'가 민주당에 있다고 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오거돈 전 시장의 경우 성추행을 인정했지만 민주당이 부산시장 후보를 안 낼지는 미지수다. 김두관 의원은 "잘못했으면 잘못한 대로 선거로 심판받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부산시장 후보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성추문으로 물러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공석에는 현 양승조 지사를 공천한 바 있다. 단 이때는 안희정 전 지사의 사퇴로 인한 보궐선거가 아니라 통상적으로 치러지는 지방선거였다는 차이점이 있다.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차기 서울시장 후보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주식 시장에선 박원순 시장 사망 직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테마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을 유력 주자로 점친다는 얘기다.

미래통합당에서는 대부분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의 낙마로 내년 재보궐이 치러지는 만큼 본인들이 다소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자체 진단을 하고 있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한 통합당으로서는 내년 재보궐이 분위기 전환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통합당 일각에선 부산 출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부산시장 후보직을 양보해 연대 물꼬를 트자는 아이디어 차원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야권으로선 뭉치지 않는다면 2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 승리가 어려운 상황. 안철수 대표에게 후보직을 양보해 통합 명분을 주자는 논리다.

반면 일부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부산 보궐선거에 여당 후보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출마시키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국 전 장관 역시 고향이 부산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강정책 개정특위 세미나에서 "내년 4월이 되면 큰 선거를 두세 군데에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나 경우에 따라서 또 다른 선거를 전제한다면 (내년에) 대선에 버금가는 선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