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3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3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둘러싼 법무부 내부 논의 과정이 8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범여권 인사들을 통해 유출됐다는 사실에 야권에서는 '제2의 국정농단이다'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8일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건의에 대해 수용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후 약 2시간 정도 지난 오후 10시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무부 알림’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 대표가 올린 글에는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 ’검사장을 포함한 현재의 수사팀을 불신임할 이유가 없음‘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최 대표는 아울러 “’공직자의 도리‘ 윤 총장에게 가장 부족한 지점. 어제부터 그렇게 외통수라 했는데도···ㅉㅉ”이라고 썼다.

하지만 최 대표가 올린 글은 법무부의 입장문 형태였지만 실제로 법무부가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과 내용이 달라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이를 뒤늦게 알아챈 최 대표는 SNS에 게재한 글을 약 20분 후 부랴부랴 삭제하면서 "공직자의 도리 등의 문언이 포함된 법무부 알림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어 삭제했다"면서 "법무부는 그런 알림을 표명한 적이 없다. 오해 없길 바란다. 혼선을 빚어 송구하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장진영 변호사는 "최강욱이 [법무부 알림]이라는 제목으로 게시한 글은 충격적이다"라면서 "우선 '공직자의 도리' 운운하는 내용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검찰개혁 세미나 참석한 최강욱-김남국 (사진=연합뉴스)
검찰개혁 세미나 참석한 최강욱-김남국 (사진=연합뉴스)
장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외압과, 조영곤 중앙지검장의 위법한 지휘에 복종하지 않은 이유로 좌천당한 인물이 윤석렬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는 그를 조국은 '꿋꿋한 공직자'라며 극찬했다"면서 "자기의 멘토 조국 민정수석이 꿋꿋한 공직자라고 극찬하고 기수를 파괴하면서까지 검찰총장으로 만든 윤 총장을, 또 문재인 대통령의 명령대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를 하고 있는 윤 총장을, 그 똘마니 최강욱이 '공직자의 도리' 운운하며 협박하고 조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변호사는 최 대표가 올린 글은 '법무부가 추장관과 문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가안'이라는 법무부 해명에 "최종안도 아닌 가안이 유출되었다면 법무부 담당이나 추 장관이 최강욱 측에게 유출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간 전례없는 충돌 국면에 관한 중요 문서내용을 법무부 담당자가 장관 지시도 없이 유출했다는 건 목을 내놓은 자가 아니면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검찰총장 잘라내기와 같은 최고의 보안사항을 법무부장관이 최 대표와 상의하여 진행한다? 옥중의 최순실도 울고 갈 이 사건이 국정농단이 아닌가"라면서 "검찰은 즉각 추미애-최강욱 국정농단 의혹 사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청와대 문건이 최순실에게 넘어간 것과 동일한 사태로 중대한 사안이다"라면서 "최 의원은 정부 문서를 어떻게 훔쳤는지 해명해야 한다. 정부의 문서가 밖으로 줄줄 새나간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최강욱, 요즘 한참 '업' 되어 있는 상태다. 괜히 권세를 뽐내려고 쓸 데 없는 짓 했다가 똥 밟은 거디"라면서 "최강욱이 그 '가안'을 올려놓고 '어제부터 그렇게 외통수라 했는데도 ㅉㅉ'라고 코멘트했다. 추미애가 둘 수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라면서 "이 사태는 그 동안 법무부 행정에 바깥에 있는 권한 없는 사람들이 관여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최 대표는 이를 언론플레이로 규정했다.

최 대표는 이어진 페이스북 글에서 "청와대 배후설을 음모론으로 미래통합당에서 제기하더니, 마치 제가 법무부와 교감하며 뭔가를 꾸미는 것처럼 언론플레이 한다"면서 "귀가하는 과정에서 SNS를 살피다 언뜻 올라온 다른 분의 글을 복사해 잠깐 옮겨적었을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진 교수는 "그렇다면 그 '다른 분'을 밝히면 된다"면서 "그 문서가 어떤 경로로 '다른 분'에게 넘어갔는지 확인해야 한다. 고구마 덩이가 주렁주렁 딸려 나올 것 같은 느낌. 최순실 사태도 시작은 미약했다"고 적었다.

앞서 윤 총장은 8일 오후 6시12분 검·언 유착 사건을 서울고검장이 지휘하는 독립적인 수사본부가 담당하는 방안을 추 장관에게 건의했다고 말했다. 윤 총장 자신은 수사 지휘·감독을 하지 않고 결과만 보고받으며, 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도 포함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추 장관은 100분 뒤 "총장의 건의 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일주일이 지났다"면서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고 최후통첩을 한 상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