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잠룡’들이 부동산 정책 논쟁에 잇따라 가세하고 있다. 부동산이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대권을 꿈꾸는 여야 인사들이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백가쟁명’식으로 내놓고 있다.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부동산 가격 폭등의 해결책으로 ‘다주택자·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 강화’ ‘서울의 유휴부지 활용·상업부지 비율 조정 등을 통한 공급 확대’ 등을 언급했다. 정부·여당의 정책 기조와 맥을 같이하는 정책이다. ‘친문(친문재인)’ 세력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의원은 부동산 정책에서도 문재인 정부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의원을 바짝 쫓고 있는 지지율 2위의 이재명 경기지사는 공세적인 아이디어를 내놨다. 이 지사는 이날 ‘기본소득토지세’를 꺼내 들었다. 부동산 보유세를 추가로 걷어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그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증세안보다 한발짝 더 급진적인 정책이라는 평가다.

야권 잠룡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 정부의 약한 고리로 지목되는 부동산 문제를 최대한 비판해 자신의 존재감을 띄우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범야권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유예 등 부동산 규제 철폐법을 추진하고 있다. 현 정부와 정반대 방향의 정책들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반값 아파트’를 내놓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를 이용하면 충분히 아파트를 반값에 공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오 전 시장은 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미래통합당 내 반대 목소리가 강한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서는 당의 입장 전환도 요구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세금과 대출 억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제안했다. 원 지사는 민주당은 물론 통합당을 향해서도 “공적 권력을 갖고 대다수 국민의 사적 영역을 규제하려면 먼저 자기들의 손부터 깨끗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현 정부의 대책을 ‘규제와 증세 일색’으로 규정하고 규제·증세로는 집값을 안정시킬 수 없다며 서민과 중산층의 사다리만 차버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투기성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와 함께 무주택자 및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의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