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대화하는 노영민 비서실장(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대화하는 노영민 비서실장(사진=연합뉴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 반포의 아파트 대신 충북 청주 집을 팔기로 한 것을 두고 8일 야당은 물론 여권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는 노 실장이 반포 집 매각도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노 실장은 매물로 내놓은 청주 아파트가 가계약이 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만간 1주택자가 될 전망이다.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는 노 실장의 행보를 두고 앞다퉈 날을 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권 도전을 선언한 이낙연 의원은 노 실장이 반포 대신 충북 청주 아파트를 내놓은 것에 대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합당한 처신과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거주를 하고 있음에도 매각을 권유하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노 실장이) 강남집을 팔았으면 싶다"며 "거기에 아들이 살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렇다 해도 처분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MBC 라디오에 나와 노 실장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지역구(청주) 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맞지 않나. 매우 부적절한 행동"일고 꼬집었다. 김태년 원내대표 또한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여러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했다.

여권 인사들, 노 실장 잇따라 비판

야권의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나 집권 여당의 정책 추진 의사보다 '똘똘한 한 채'를 챙기겠다는 노 실장의 처신을 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을 잡겠다"는 의지를 자주 드러냈다. 부동산과 관련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정작 청와대 내부에서는 부동산과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서울 흑석동 상가 매입 사건도 이러한 경우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소유한 반포 아파트(사진=뉴스1)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소유한 반포 아파트(사진=뉴스1)
심지어 노 실장은 지난해 청와대 참모들에게 주택을 처분하라고 지시한 당사자다. 그럼에도 정작 본인은 처분하지도 않고, 남겨두는 주택도 강남집인 점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들끓고 있다. 가장 분통을 터뜨리는 곳은 노 실장을 3선까지 밀어준 충북 청주시다. 노 실장을 비롯해 6선을 내리한 박병석 국회의장까지 대전집을 처분했다는 사실이 전날 알려지면서 지역민들은 충청권 인사들의 행보에 실망했다는 반응이다. 부동산에서 충청권 홀대론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박 의장은 서울과 대전에 2주택을 보유하며 4년간 23억여원의 시세 차익을 봤다는 경실련의 발표에 "대전 집은 처분한 상태이며 현재는 1주택자"라고 해명자료를 내놨다. 대전 아파트를 가족에게 증여한 뒤 거기에 주소지만 뒀다는 얘기다. 박 의장은 "서초구 B 아파트에 만 40년간 실거주를 해왔다”며 “재개발에 따른 관리 처분 기간이어서 3년간 매매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6선 박병석 의장도 대전집 처분, '충청 홀대론' 급부상

가경동에 살고 있는 최모씨는 "작년에만 하더라도 청주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우울한 지경이었다가 이제 거래가 좀 되고 집값이 오르자 마자 조정대상으로 지정하더라"라며 "이보다 더 섭섭한 건 노영민(실장)이 집을 팔아버리고 떠난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거 때마다 '고향발전'을 내세웠지만, 정작 지역구 집을 팔아치우고 있는 인사들에 실망했다는 반응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3040세대 당원들을 중심으로 부동산 대책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탈당을 인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탈당과 지지 철회 인증샷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과 기념촬영하는 박병석 국회의장(사진=뉴스1)
허태정 대전시장과 기념촬영하는 박병석 국회의장(사진=뉴스1)
부동산 관련 카페 마저도 비판일색이다. 이러한 카페는 부동산을 사유재산으로 보고 매매에 대해서 비교적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워낙 부정적인 여론이다보니 고운 말은 거의 없는 편이다. '똘똘한 한채라고 강남을 나겨놨으니, 청주는 띨띨한 한채냐'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더군다나 지역구를 버리고 반포에 낡은 소형 아파트를 보유하는 건 누가봐도 재건축을 위한 '몸테크'라는 지적이다. 아들이 실거주를 한다지만, 실평수가 13평 남짓한 방 2칸짜리 낡은 아파트에 노 실장이 나중에라도 들어갈 것인지는 의문이라는 얘기다. 낡은 아파트에 자녀가 사는 경우는 강남에서 흔히 있는 증여 및 절세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정부 또한 이러한 경우를 막겠다며 6·17대책에서 2년 이상 거주해야 재건축 조합원 지위를 부여하겠다는 발표까지 내놓기도 했다.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의 이러한 주택처분 행보를 두고 앞으로 발표된 부동산 대책과 관련된 시그널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1주택자들의 세금은 올리지 않고, 강남이라도 장기보유한 주택에 대해서는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노 실장이 아들이 거주하는 것을 두고서는 양도세를 올리면서 증여가 유리한 쪽으로 세제개편이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나돌고 있다.

한편 자기 지역구엔 주택이 없으면서 서울과 경기도 등에 주택을 보유한 초선 의원들도 경실련의 조사로 드러났다. 양향자(광주 서을), 윤준병(전북 정읍고창), 김회재(전남 여수을) 의원은 지역구가 아닌 수도권에 2주택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다. 양 의원은 경기 수원·화성, 윤 의원은 서울 마포·은평, 김 의원은 서울 송파·용산에 각각 2채가 있었다.

강선우(서울 강서갑), 김주영(경기 김포갑), 박상혁(경기 김포을), 홍성국(세종갑) 의원도 자기 지역구에 집이 없었다. 강 의원은 서울 종로와 경기 고양, 김 의원은 서울 영등포·강서와 경기 고양, 박 의원은 서울 강서, 홍 의원은 서울 종로·도봉에 각각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였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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