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모친 빈소가 차려지면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모친 빈소가 차려지면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 모친 장례식장에 조화를 보낸 것에 대해 "성범죄자에게 공식적으로 '힘내라'고 굳건한 남성연대를 표한 격"이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로 경제가 어렵다 보니 대통령 이하 여당 정치인들이 단체로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수출했나 보다"며 "국회페미에서 성명을 냈네요. 여성단체에서도 이들을 따라 줄줄이 성명을 내야 할 상황인 듯. 그런데 과연 성명이 나올까?"라고 했다.

이어 "그런 당연한 확신조차 갖기 힘든 시대"라며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성폭행범에게 직함 박아 조화를 보내는 나라. 과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라고 비꼬았다.

진중권 전 교수는 전날 다른 글을 통해서도 "아무리 같은 패밀리라도, 대통령이라면 공과 사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냥 사적으로 조의를 전하는 것이야 뭐라 할 수 없겠지만, 어떻게 성추행범에게 '대통령'이라는 공식직함을 적힌 조화를 보낼 수 있는지"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조화를 보내는 것 자체가 문제이지만, 굳이 보내야겠다면 적어도 '대통령'이라는 직함은 빼고 보냈어야 한다"며 "공화국은 '공적 업무'라는 뜻이다. 공화국의 통치가 친노친문패밀리를 챙기는 '사적 업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위로할 사람은 안희정이 아니라, 그에게 성추행을 당한 김지은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지은씨가 '대통령 문재인'이라 적힌 그 조화를 보면, 그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철학이 없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최소한 개념은 있어야 할 거 아닌가"라며 "이거, 대통령이 보낸 걸까요? 아니면 참모들이 별 생각없이 벌인 일일까요? 전자라면 믿기 힘든 일"이라고 했다.
지난 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안희정 전 지사의 모친상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의 조화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안희정 전 지사의 모친상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의 조화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대법원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 받고 복역 중 안희정 전 지사는 모친상을 당해 6일 새벽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았다. 형집행정지 기간은 오는 9일 오후 5시까지다.

안희정 전 지사 모친 장례식장에는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안희정 전 지사의 고려대 후배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우리 아버지도 제가 징역살이할 때 돌아가셨다. 굉장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민주당 윤호중·이광재·기동민·박용진 의원, 김부겸·백원우·이규희 전 의원도 빈소를 찾았다.

김부겸 전 의원은 "(안희정 전 지사가) 여러가지로 어려운 사정인데 이런 일까지 당했으니 당연히 와야 한다"며 "서로 격려와 위로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