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다.

지표가 입증한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3개월 연속 1위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2~26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2537명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지지율 30.8%를 기록했다. 2위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더블스코어로 따돌렸다.

(※이 조사는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 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다. 응답률은 4.1%.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대로라면 차기 대선은 해보나 마나. 지표로 나타나는 '이낙연 대세론'이 유효하다면 여권 인사들도 줄서기에 여념이 없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낙연 의원 주변은 의외로 한산하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인사는 "대선이 아직 2년이나 남았다. 현재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다"며 "추미애 정세균 김부겸 김두관 등의 대권 도전설이 왜 벌써부터 나오겠나. 이낙연 의원의 대권주자로서의 입지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이낙연 의원에게 껄끄러운 경계 사례는 노무현 정부 시절 고건 전 국무총리다. 고건 전 총리도 한동안 차기 대권 여론조사 선두를 달렸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선에 출마해보지도 못했다.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고건 씨 총리 기용은 실패한 인사"라고 직격탄을 날린 탓에 지지층이 분열됐기 때문이다.

이낙연 의원이 처한 상황은 여러모로 고건 대망론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낙연 의원도 문재인 정부 총리를 지내며 인지도와 지지율이 크게 올랐지만 이낙연 대망론을 바라보는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반응이 썩 개운치 않다.

친문 진영에선 이낙연 의원이 차기 대권주자가 되면 당내 비문(비문재인)은 물론이고 당을 나갔던 비문 세력과도 연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렇게 되면 당내 친문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낙연 의원은 사실 손학규계로 분류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낙연 의원을 총리로 임명한 것도 계파 탕평책 차원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이낙연 의원의 총리 시절 비서실장으로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인 배재정 전 의원이 임명되자 친문이 '감시역'으로 배치한 것이라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이낙연 의원에 대한 친문 진영의 신뢰가 높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

이낙연 의원의 가장 큰 약점은 당내 세력이나 조직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친문 진영과만 손을 잡을 수는 없다. 약점을 보완하려면 비문 진영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 이처럼 친문과 비문 진영을 오가며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점은 불안요소로 풀이된다.

'이낙연 불가론'이 나오는 두 번째 이유는 그가 호남 출신이라는 점. 수도권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곳이 영남이다. 그동안 민주당의 대선 필승 전략은 호남 몰표에 더해 영남 후보를 내세워 영남표를 가져오는 게 핵심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 이 전략으로 당선됐다고 할 수 있다.

한 민주당 전직 의원은 "지금 지지율만 보면 굳이 영남 후보를 세우지 않아도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대선이 시작되면 다르다.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이 결집한다"면서 "박근혜 탄핵 직후 치러진 대선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41% 득표에 그쳤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었다고 하지만 막상 득표율에선 큰 차이가 안났다"고 짚었다.

그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경제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지난 대선은 보수 진영이 분열됐지만 다가오는 대선은 1:1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음 대선은 민주당이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호남 후보로 되겠느냐는 의구심이 당내에서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 사진=연합뉴스

아직 이낙연 의원이 혹독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점도 확고한 필승카드로 내세우기엔 물음표가 달리는 대목이다.

민주당 전직 의원은 이낙연 의원에 대해 "호남에서 국회의원, 전남도지사 하다가 총리 발탁된, 사실 '꽃길'만 걸어온 분 아니냐"면서 "종로에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붙긴 했지만 유리한 지형에서 싸워 이겼다. 대선주자라면 역경을 이겨낼 저력이 있는지 검증돼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선 검증받을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고 평했다.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이낙연 의원은 운 좋게 대권주자가 됐다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성철 소장은 "김경수 조국 유시민 임종석 등 여권 내 유력주자들이 각종 사건 사고에 휘말려 떠내려가면서 얼떨결에 이낙연 의원만 남게 됐다. 과연 이낙연 의원이 유력주자로 평가받을 업적이나 스토리가 있나"라면서 "(같은 호남 출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너무나 미약한 수준이다. 본인도 그런 약점을 알기 때문에 당권에 도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이낙연 불가론'은 당내 경쟁자들이 주장하는 악의적 프레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이낙연 의원 외에 마땅한 대안도 보이지 않는다.

이낙연 의원 측은 이른바 불가론에 대해 "호남 출신이라 안 된다는 것은 우리나라 유권자들을 너무 우습게 보는 주장"이라고 했다. 검증이 부족하단 지적에 대해서도 "이낙연 의원이 당 대표 도전을 선언했으니 향후 두고 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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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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