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역시 대세인가" vs "문재인 신기루인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민주당 8·29 전당대회 준비 캠프 사무실로 서울 여의도동 대산빌딩 사무실을 계약했다. 공교롭게도 이 건물은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선 캠프를 차린 곳이다. 이 의원 측에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차기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성공을 이어가려는 이 의원의 의지로 풀이했다.

①문 대통령의 성공적 마무리

문 대통령의 성공은 이 의원의 대권 도전에 단연 큰 변수다. 이 의원이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한 것도 문재인 정부의 국무총리를 맡은 이후다. 문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무리해야 대권을 노리는 이 의원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 의원의 대선후보 지지율 흐름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의원의 지지율은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과 함께 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8.3%(리얼미터 기준)였다. 이때 이 의원에 대한 지지율은 27.5%였다.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긍정 평가가 높았던 지난 4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60.6%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찍었다. 이 의원의 지지율은 40.2%로 마찬가지로 치솟았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 등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이 의원 지지율도 하락했다. 이 의원의 높은 지지율은 ‘문재인 신기루’라는 다소 냉소적인 분석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에게 문 대통령은 ‘양날의 칼’과 같은 존재”라고 한다. 문 대통령보다 전면에 등장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문 대통령을 비판할 수도 없다. 이 의원이 질병관리청 개편 관련 발언을 내놨을 때가 그랬다. 이 의원은 질병관리청 인력과 예산을 되레 줄인 보건복지부의 개편안에 대해 “해괴망측한 시도”라고 매섭게 비판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문 대통령이 개편안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뒤 나흘이나 지나서 나왔다. 민주당 한 의원은 “복지부를 먼저 비판하면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운다는 뒷말이 나오는 걸 염려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②당 안팎 견제 해소

이 의원 측근들은 “대세는 대세”라고 입을 모은다. 이 의원이 당내 기반 세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결국 대세에 따라 세력은 형성될 것이란 얘기다. 이미 설훈·이개호·오영훈 의원 등이 이 의원을 돕겠다며 나섰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의원의 최대 견제 세력으로 꼽히는 ‘친문(친 문재인)’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친노가 분화한 것처럼 친문의 분화도 시간 문제”라고 했다. 실제 민주당 내 친문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재편되고 있다. 부산 친문인 최인호 의원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의원의 공보를 맡았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박광온·김종민 의원 등도 이 의원 측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원조 친노(친 노무현) 이광재 의원은 ‘이낙연 대표 체제’에서 정책위원회 의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친문 세력이 이낙연 대항마를 내놓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친문인 전재수 의원은 최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휘말린 김경수 경남지사의 구명론을 제기했다. 일부 친문이 항소심 판결을 앞둔 김 지사의 대권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아직은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야당의 대권 후보가 누가 되느냐도 변수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차기 보수 리더로 “1970년대생, 경제를 확실히 꿰뚫고 있는 인물이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김 위원장의 ‘40대 기수론’은 생각보다 위협적”이라며 “일흔을 코 앞에 둔 이 의원 옆에 40대 젊은 경제전문가가 서 있다고 생각해보라”고 했다.

③개인적 한계 극복 가능할까

이 의원의 대권 가능성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요소가 ‘호남’이다. 이 의원의 광주제일고 동문 인사조차 “이 의원에게 ‘호남 대통령’을 부각시키지 마시라고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영남에서도 이 의원은 대권 주자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부산·경남·울산(PK)에서 이 의원 지지율은 29.1%로, 경기·인천(28.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2000년부터 의원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비교적 자기 관리가 잘 돼 있다는 평가다. 2017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때 교사인 아내의 서울 강남 지역 학교 배정을 위해 위장 전입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청문회를 무사통과했다. 이 의원의 부인은 미술 교사 출신 김숙희 씨다. 아들 이동한 씨는 정신과 전문의다. 아들 이 씨는 지난 3월 “코로나는 코로 나오냐”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대선 후보로서 국민과의 접점이 많아지면 이 의원 특유의 ‘까칠한 성격’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지난 5월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분향소에 조문 때 이 의원이 유가족과 벌인 설전이 대표적이다.

④李의 국가 비전 먹힐까

결국 이 의원이 대한민국을 책임질 지도자로서 내놓을 국가 비전에 국민이 얼마나 공감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의원이 기회가 될 때마다 다음 먹거리로 ‘바이오헬스 산업’을 띄우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의원은 ‘행복국가론’도 제시했다. 이 의원은 모교인 광주제일고 동창회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 고민한다”며 “국민은 기본적 복지를 넘어 건강과 안전을 포함한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국가가 향후 과제”라고 했다.
이 의원 주변에는 문 대통령의 ‘광흥창팀’ 같이 대선을 준비하는 실무조직도 갖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직의 이름은 ‘낙연회’로 전해졌다.

조미현/김소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