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 인문도시 하동사업단 3년 결실…여운·지혜·웃음 넘쳐
4일 오전 10시 횡천면 상남마을회관서 출판 기념행사
하동 할머니 38명 삶 오롯이 담은 시집 '가로내띠기의 행복'
경남 하동군 횡천면 상남·횡보마을에 사는 평균 나이 80살 어르신들의 인생을 담은 시집이 눈길을 끈다.

이 시집은 두 마을에 사는 어르신 38명이 쓴 시 101편을 담았다.

시집 제목은 '가로내띠기의 행복'이다.

'가로내'는 하동 횡천강, '띠기'는 결혼한 여자를 호칭할 때 출신 지역 뒤에 붙이는 '댁'의 순우리말이다.

횡천강을 중심으로 살아온 할머니들의 삶의 역사를 시집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김행주(78) 할머니는 '가장 행복했을 때'란 제목의 시에서 '남편이 독신이라 애기를 기다리다/ 첫아이를 낳았을 때 우리 가정/ 웃음꽃이 활짝 폈지…'라고 행복했던 날을 기억했다.

박막달(86) 할머니는 '신랑이 멋져 보이기도 했어/ 첫날밤에 신방에서 저고리를 벗기는데/ 서로 부끄러워서 손도 안 잡고 잤어'라는 시로 첫날밤의 부끄러웠던 추억을 슬며시 꺼내놓았다.

박덕선(89) 할머니의 시 '어머니'는 아주 짧은 시인데도 순간적으로 울컥하게 한다.

'어머니/ 어머니/ 내 어머니/ 어머니 딸도/ 이제 이름 써요/ 박덕선' 어린 시절 딸이라고, 가난해서 배우지 못한 한이 시구 사이로 왈칵 쏟아져 나오는 듯하다.

박권옥(90) 할머니의 시 '내 인생 시작은' 짧은 시 한 편에 한 사람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내 인생의 시작은/ 열둘 시댁 가족을 안고 살았다/ 구름 속에 달빛같이 흐렸다/ 흙과 땅을 다 섞어 강이 된 인생/ 그 강에 아들딸이 태어나고 자랐다/ 달빛 같은 내 인생/ 사십 명이 넘는 식구들 속에/ 보름달같이 환하다'
이 시집이 나오게 된 사연은 흥미롭다.

경상대 인문도시 하동사업단은 하동군과 함께 2017년부터 '하동, 秀(수), 茶纖水(다섬수), 결의 인문학으로 물들다'란 주제로 인문도시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 사업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사업이다.

하동사업단은 사업의 하나로 두 마을 어르신들에게 시를 가르치는 '실버 세대를 위한 꿈결 인문학 체험'을 진행했고 3년 만에 결실을 거두었다.

처음엔 한글도 모르던 사람들이 한글을 배우고 익혔고 마침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를 썼다.

오는 4일 오전 10시 하동군 횡천면 상남마을회관에서 시집 출판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