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생계 유지금 인식
文정부 들어 재취업률 '뚝뚝'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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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은 사람 네 명 중 세 명이 재취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진 탓도 있지만, 정부가 실업급여 지원 수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실직자의 구직 의욕이 떨어진 요인이 컸다는 지적이다.

▶본지 6월 17일자 A1, 3면 참조

[단독] "일하는 게 되레 손해"…실업급여 수급자 25%만 재취업

윤한홍 미래통합당 의원이 28일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실업급여 수급자 110만7417명 중 74.3%인 82만3009명이 수급 기한(90~240일)이 끝날 때까지 급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네 명 중 세 명꼴로 실업급여 지급 기간 안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25.7%인 28만4408명에 그쳤다. 실업급여 수급자의 재취업률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29.8%로 30% 선이 깨진 뒤 2년간 4%포인트 떨어졌다. 올 들어선 이 비율이 34.9%(4월까지 기준)로 다소 상승했으나, 통상 연초에 채용이 몰리는 만큼 일시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행 규정상 실직 전 18개월 동안 고용보험에 180일 이상 가입한 사람은 일을 그만둔 뒤 4개월간 월 최소 181만원을 받을 수 있다. 최저임금(월 179만5310원)보다도 2만원가량 많은 금액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과도한 실업급여 탓에 일하는 사람이 안 하는 사람보다 되레 손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취업이 오히려 손해"…실업급여 악용에도 정부는 대상 확대만 골몰
실업급여 늘면서 구직의욕 떨어져…수급자들 '가짜 이력서' 내기도


작년에 실업급여를 탄 사람은 역대 최다인 144만 명으로 전년의 132만 명보다 9% 증가했다. 경기 악화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실업급여 혜택이 확대되면서 신청자가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실업급여는 직장을 잃은 사람이 다시 직장을 구하는 기간에 소정의 급여를 지급해 생활 안정을 도와준다는 취지의 제도다. 그러나 경제계에선 실업급여가 재취업을 돕는다는 애초 목적과 달리 근로 의욕을 낮추는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작년 10월 실업급여 지급액을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높이고, 지급 기간도 240일에서 270일로 늘리면서 이 같은 우려는 더 커졌다. 실업급여 수급자는 재취업 후 다시 퇴사하더라도 요건을 충족하면 실업급여를 또 받을 수 있다. 고의로 단기 취업을 이어가며 실업급여를 계속 타낼 수 있는 구조다. 6개월 남짓 일한 뒤 4개월 동안 실업급여를 받는 식의 생활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 중 직전 3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탄 사람은 2만942명에 달했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비자발적 이유로 퇴사 △퇴사 전 18개월 동안 피보험 기간이 180일 이상 △재취업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일할 생각은 없지만 실업급여를 타려는 사람 중엔 ‘재취업 활동’ 요건을 채우기 위해 ‘가짜 이력서’를 내는 사례도 있다.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성의한 이력서를 회사에 제출하는 것이다.

일부 중소기업에선 계약직 근로자들이 사측의 근로계약 연장 권유를 거절하면서 “재계약 얘기는 오고 가지 않았던 것으로 해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계약 기간 만료로 퇴직했을 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사측이 재계약을 권유했는데 거절했다면 받을 수 없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23일 낸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분석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고용시장이 악화하고 구직급여 수급자의 재취업 활동 요건이 완화(4주간 2회→1회)되면서 실업급여 수급자의 재취업률은 작년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실업급여 악용을 막을 생각은 하지 않고 지원 대상을 늘리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늘면서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 재정은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다. 고용부는 올해 말 고용기금 적립금이 1952억원밖에 남지 않을 것으로 추산했다. 작년 말 7조3532억원에서 97% 급감한 수치다. 윤한홍 미래통합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말로는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면서 별다른 성과 없이 실업자 복지만 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헌형/김소현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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