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권위를 지향하는 정치인의 모습도 옛말이다.

이제는 망가져야 뜬다.

여의도가 청년 세대의 흥미를 끌 만한 유머 코드를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의원들은 유튜브의 트렌드를 따라 브이로그(VLOG·개인의 일상을 묶어낸 영상)를 제작해 지지자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망가져야 뜬다…여의도 B컷·브이로그 전성시대

◇"메시지 없어도 된다" 인스타그램으로 이미지 연성화 시도
진중함이 강점으로 꼽히는 여권 유력주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두 개다.

의원실이 운영하는 계정명은 nystory_b_cut, 이름부터 B컷(선택받지 못한 사진)을 표방하며 행사 뒷이야기를 올린다.

지난 2월에는 '막걸리 총리 별명 소유자'라는 글과 함께 광장시장에서 시민들과 사발을 기울이는 사진을 공개했다.

계정을 관리하는 이 의원 측 보좌진은 28일 "이런 사진에 '인간 이낙연'이 포착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의원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망가져야 뜬다…여의도 B컷·브이로그 전성시대

민주당 강훈식 의원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보다 노골적이다.

소개글은 #B급사진 #대방출 같은 해시태그로 대체했다.

뉴스피드에는 강 의원이 펭수 포스터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 등이 대거 올라와 있다.

강 의원은 통화에서 "정치라는 영역 안에도 경쾌하고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순간들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망가져야 뜬다…여의도 B컷·브이로그 전성시대

◇2030 청년 의원·젊은 보좌진이 B컷 문화 주도
SNS를 통한 이미지 전환 시도는 뉴미디어에 강한 진보 진영에서 한층 과감하다.

유튜버 출신의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지난 5월 자신의 유튜브에 '국회의원 등록하는 브이로그'란 이름의 7분짜리 영상을 올렸다.

당선증을 공개하는 한편, 등록 절차에 필요한 서류를 일일이 설명하며 국회의원의 역할과 무게감 등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반응은 호의적이다.

"방구석에서 국회의원 등록하는 과정을 보다니 믿기지 않는다" "흥미롭고 신기하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장년층 의원은 보좌진의 젊은 감성을 차용하기도 한다.

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작년 12월 자신의 공식 유튜브에 비서가 제작한 브이로그 영상을 그대로 올려 "색다르다" 등의 호평을 받았다.

망가져야 뜬다…여의도 B컷·브이로그 전성시대

◇통합당도 분주…안내견 조이 SNS 계정도
미래통합당의 가장 활발한 인플루언서(SNS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는 태영호 의원이다.

국회 경내에서도 무장 경호원의 근접 경호를 받는 태 의원이 대중과 거리감을 좁히려는 시도다.

태 의원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어떤 안경이 더 잘 어울리느냐"며 기존에 쓰던 안경과 원형 안경을 비교하는 사진을 올렸다.

이외에도 청년들이 태 의원을 향해 "태하(태영호 하이의 준말)"라고 인사하는 영상이나, 보좌진 회의·의정활동을 담은 브이로그를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망가져야 뜬다…여의도 B컷·브이로그 전성시대

안내견 조이를 동반하는 시각장애인 통합당 김예지 의원은 아예 조이 명의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일상 사진을 공유한다.

이미지 전략 전문가 출신인 허은아 의원도 인스타그램에 국회 경내 순찰 미니 자동차 사진 등 일상을 공유하는 게시물을 직접 올리고 있다.

정진석 의원은 "반가운 의원님을 만났다"며 최근 사돈을 맺은 박덕흠 의원과 함께 세미나에 앉아있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웃음을 자아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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