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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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협력업체 보안 검색 요원 1900여 명을 직고용 형태로 정규직 전환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조국 사태'에 이어 '인국공 사태'로 다시 한 번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2일 승객과 수화물을 검색하는 협력업체 보안 검색 요원 1900여 명을 공사 직고용 형태로 정규직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청년층 여론이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기업 공채가 줄고 취업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공사 정규직의 경우 젊은 층이 '계층이동 사다리'로 인식하는 '좋은 일자리' 중 하나로 꼽힌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오후 인천공항1터미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규직 전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퇴장하자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오후 인천공항1터미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규직 전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퇴장하자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인천공항공사는 특히 인기가 높은 직장.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실시한 '2020년 가장 일하고 싶은 공기업' 순위에서 18.4%의 득표율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일반직(5급) 신입직원 공채에는 35명 선발에 5469명이 몰려 15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정규직이 모두 연봉 5000만원을 받거나, 별도 채용 절차 없이 무조건 전환되는 것도 아니지만 청년세대에선 불만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상징과도 같은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가 훼손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과거 자기 자녀를 편법으로 대학에 진학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문 대통령에 대한 '비토 정서'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 제하 청원이 게시되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15만1724명이 동의했다. 특정 청원에 한 달간 20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정부·청와대 책임자가 답변해야 한다.

네이버 카페 '공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공준모)'에서 진행된 '정부의 공공기관 기기관제 - 정규직 전환정책 찬반 여론조사' 설문에는 취업준비생 1500명 이상이 참여한 가운데 1400여명(86%)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해당 설문은 인국공 사태가 수면위로 떠오른 지난 23일 시작됐다.
한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채용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한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채용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취업 준비생들을 일선에서 만나고 있는 대학 교수들은 현 정부의 '정치적 쇼'에 청년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로 청년들 입장에선 또다시 공정이라는 가치가 무너져내렸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럴 거면 공부를 왜 하느냐는 게 현재 대학가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는 아르바이트 하다가 전환됐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 식의 전환은 청년들에게 대못을 박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현재 있는 사람들에게 특혜를 주면 앞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는 문을 닫는 것"라면서 "공정이란 가치가 무너졌다"고 평했다. 그는 "현재 비정규직들에게 특혜를 주면 앞으로 비정규직 되는 사람들은 뭐가 되나. 또 정규직 입사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은 무엇이 되는가"라면서 "형평과 공정이란 게 누군가에게는 '복불복'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