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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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사업이 반영된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한국판 뉴딜과는 거리가 먼 예산까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부채가 급증한다는 우려 속에도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추경을 추진했지만, 각 부처가 불필요한 사업까지 '끼워넣기'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디지털·그린 뉴딜과 거리가 먼 사업들

23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에 따르면, 교육부는 한국판 뉴딜 세부과제로 '비대면산업 육성'을 계획하면서 무선네트워크 구축과 노후 컴퓨터 교체에 2367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또 온라인 콘텐츠 활용 교과서 시범사업 운영을 명목으로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 구입에 101억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이들 사업은 한국판 뉴딜의 핵심 분야인 디지털 뉴딜의 일환으로 교육부가 내놓은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그러나 "이미 오래전 범용화된 제품을 단순 구매하는 것으로서 비대면 산업·기술을 육성하는 데에는 크게 기여를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노후 기자재를 교체하는 사업은 한국판 뉴딜이 아니라도 기간 경과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을 사업이라는 점에서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재정투입으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뉴딜과 함께 한국판 뉴딜의 양대 축인 그린 뉴딜과 관련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등 여러 부처가 부적절한 계획을 제출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 부처는 '공공시설의 제로에너지화 전면 전환' 계획을 내놓으면서 3200억원 규모 예산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국토부는 '노후공공임대주택 그린리모델링' 사업과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에 각각 360억원과 1992억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체부는 '국민체육센터 친환경시설 재구조화' 사업에 393억원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국립학교 그린스마트 전환 사업을 제시하면서 친환경 단열재 보강을 위해 119억원을 편성했다.

예산정책처는 이들 사업이 기존 사업과 중복되며,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목표로 하는 그린 뉴딜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예산정책처는 "이러한 사업은 각종 건축 기법을 활용해 건물의 냉·난방효율을 제고함으로써 에너지 절감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며 "기존 기법을 단순 활용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를 절감하거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신기술·신재료를 적용하는 등 한국판 뉴딜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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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계획 없이 예산만 달라는 부처

세부 계획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예산 따내기에만 골몰한 부처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그린뉴딜 유망기업 육성을 계획하면서 그린뉴딜 유망기업 기준을 단순히 '그린산업 분야 유망 중소·벤처기업'으로만 제시했다. 예산정책처는 "이를 확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업 자체의 상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환경부는 '스마트 그린 도시' 사업을 위한 예산을 신규 편성했는데 사업 추진을 위한 기본사항을 담은 스마트 그린도시 종합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요구했다. 예산정책처는 "단기사업이 효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종합계획을 먼저 확정한 후 그에 따라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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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설치도 시급?

상대적으로 시급하지 않은 예산안을 끼워 넣은 부처도 있다. 문체부는 공공장소에 벽화나 조각 등 예술 작품을 설치하는 사업에 770억3600만원을 요구했다. 2차 추경 때 11억7600만원보다 758억6000만원 증액된 수치다. 문체부는 코로나19로 문화 예술 수요 급감에 대응하고, 예술가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하지만 예산정책처는 "마을미술 프로젝트라는 명칭으로 2009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라며 "기초지자체별 1개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한 것은 다소 과다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외교부는 인도적 지원(ODA) 사업에 238억원을 증액 편성했다. 예산정책처는 "자연재해 등 긴급재난 지원 명목으로 238억원이 증액되어 있을 뿐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이 없다"며 "이번 추경예산안은 이미 발생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지원예산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편성 내역을 국회에 제출해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