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적 대치-화해 협력 시도-갈등' 반복된 역사의 현장
"남북간 평화협력으로 DMZ 일대를 미래의 자산으로"

[※ 편집자 주 : 군사분계선을 따라 남북으로 각각 2㎞씩 설정돼 한반도를 양분하는 비무장지대(DMZ)는 가슴 아픈 분단의 현장이자 남북 화해 협력을 꾀하는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환경이 잘 보전된 우리의 미래 자산이기도 합니다.

6·25 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을 맞아 DMZ의 그동안 변화상을 돌아보고 현재의 그 가치, 닫힌 공간에서 평화시대의 열린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제 등을 3편으로 나눠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

경기 파주시 장단면 노상리에 자리잡은 경의선 도라산역.
대한민국의 최전방에 있는 철도역이다.

DMZ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676m 떨어져 있어 휴전선에서 가장 가깝다.

이 역은 남북 정전협정 이후 미확인 지뢰 지역으로 쓸쓸히 방치되다가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경의선 복구 사업의 일환으로 지뢰 제거 작업을 거쳐 2002년 4월 11일 현재 위치에 들어서게 됐다.

2002년 2월 20일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이 도라산역을 방문해 연설하고 철도 침목에 서명하는 행사를 갖기도 해 한반도의 통일 염원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가 됐다.

또 2008년 10월 도라산평화공원이 조성되고 인근 도라전망대와 제3 땅굴 등 민통선 지역 안보관광지를 연계하는 관광 프로그램이 개발된 데 이어 'DMZ 평화열차'가 하루 한 차례 운행되면서 도라산역에 내·외국인의 발길이 이어졌다.

[6.25 70년 DMZ] ① 분단의 상징 벗고 평화협력의 공간 꿈꾼다

이런 도라산역이 지금은 문을 닫고 있다.

지난해 9월 파주에서 국내 최초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60여일째 안보관광이 중단되면서 외부인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와중에 북한이 남북 화해의 상징이자 판문점 선언의 대표적 성과로 꼽히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지난 16일 폭파한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도라산역 운영 재개에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접경지는 정전협정 이후 남북 군사적 대치 상황부터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소 떼 방북', 개성공단 조성과 폐쇄, 'DMZ 평화의 길' 조성, 최근의 남북 긴장 국면 등으로 이어지는 남북관계의 변천사를 묵묵히 지켜본 공간이다.

DMZ와 민통선으로 대표되는 접경지는 요즘 최악으로 치닫는 남북 긴장 관계를 딛고 남북 상생의 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분수령이 될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6.25 70년 DMZ] ① 분단의 상징 벗고 평화협력의 공간 꿈꾼다

◇ '군사적 긴장 완충지'에서 '남북 교류의 전초기지'로 주목
접경지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첨예한 갈등의 공간이었다.

그러다가 1998년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며 햇볕정책을 추진,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며 민통선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조성 등 남북 교류협력사업은 민통선에 대한 인식을 '군사적 긴장의 완충지대'에서 '남북 교류의 전초기지'로 바꿔 놓았다.

1998년 6월 16일 정주영 회장이 500마리의 소 떼를 이끌고 육로로 판문점을 통과해 북한으로 들어가면서 남북관계에 물꼬가 트였다.

[6.25 70년 DMZ] ① 분단의 상징 벗고 평화협력의 공간 꿈꾼다

역사적인 '소 떼 방북' 이후 현대그룹은 같은 해 11월 금강산관광 사업을 시작했고, 2003년 개성공단 개발로 본격적인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펼쳐나갔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데 이어 2004년 12월에는 개성공단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2000년 6월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 남북 정상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만나 남북 화해협력을 모색하는 '6·15 공동선언'을 채택하는 성과를 거뒀다.

군사시설밖에 없던 접경지에는 기반시설도 확충됐다.

1998년 6월 파주 임진강에 통일대교가 개통되고 2001년 9월 30일 경의선 임진강역과 이듬해 4월 11일 경의선 도라산역이 개통했다.

[6.25 70년 DMZ] ① 분단의 상징 벗고 평화협력의 공간 꿈꾼다

이를 계기로 분단 이후 52년 만에 처음으로 민통선 지역에 관광열차도 운행되기 시작했다.

도라산역은 2002년 2월 20일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다녀가며 역사적인 장소로 이름을 얻었다.

같은 해 9월에는 DMZ를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끊어진 경의선·동해선 철도와 도로 복원공사가 시작됐다.

2006년 3월에는 경의선·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가 준공돼 육로를 이용한 남북 출입국 업무가 가능해졌다.

경의선 도로와 경의선 CIQ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유일한 이동 통로였다.

그러나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남북협력사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남북관계는 '햇볕정책'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 '판문점 선언·평양공동선언'으로 살린 불씨 다시 꺼지나
현 정부 출범 초기 남북관계는 급속히 개선됐다.

남북 정상이 만나 2018년 4월 판문점선언과 그해 9월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하며 오랜 분단의 역사를 청산하고 남북 화해협력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란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개성공단에 들어서고 남북이 군사합의에 따라 DMZ 내 일부 감시초소(GP)를 철거하는가 하면 DMZ에는 일반인도 누구나 둘러볼 수 있는 '평화의 길'도 조성됐다.

[6.25 70년 DMZ] ① 분단의 상징 벗고 평화협력의 공간 꿈꾼다

유해발굴 작업을 위해 남북 군인들이 길을 연결해 만나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하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등 최근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판문점 선언의 결실로 2018년 9월 개성에 문을 열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하여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한다"는 데 합의하면서 조성됐다.

연락사무소는 24시간·365일 소통이 가능한 협의 채널로, 남북이 안정적으로 소통할 토대가 마련됐다는 기대가 컸다.

개소 직후에는 산림협력, 체육, 보건의료협력, 통신 등 각종 분야의 남북간 회담이나 실무 회의도 연락사무소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연락사무소는 파행적으로 운영된 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까지 겹치면서 지난 1월 30일 남측 인원이 철수, 남북간 대면 협의가 중단됐다.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DMZ 내 감시초소를 재설치하고 금강산 관광지구, 개성공업지구에 군부대를 주둔하겠다고 밝히는 등 남북 긴장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6.25 70년 DMZ] ① 분단의 상징 벗고 평화협력의 공간 꿈꾼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6·15 공동선언 채택 이후 온갖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현재까지 쌓아온 성과물들이 송두리째 사라질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파주시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해마루촌 김경수 이장은 "반세기가 넘도록 남북관계가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했다"면서 "북한의 도발이 한두 번도 아니고 최근 상황만 보고 희비를 얘기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이 현재의 대치 국면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상생 방안을 모색, DMZ 일대를 미래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