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적경계철저! 토-옹신보안!"
[사진톡톡] "대적경계철저! 토-옹신보안!"을 아시나요?

1992년 입대했습니다.

기초군사훈련 후 부대에 배치됐습니다.

계급에 따라 전화를 받는 소리가 다릅니다.

짬밥 차이입니다.

이병은 "대적경계철저! 토-오옹신보안!!!" 기합 바짝입니다.

병장은 "대적경계철저... 통신보안" 심드렁합니다.

'통신보안'에서 '통신' 발음은 군대 짬밥이 적을수록 '공기 반 소리 반'이 아닙니다.

공기를 많이 먹어줍니다.

'토-오-홍신'에 가깝습니다.

'공기 반 소리 반'이든 '기합 반 짬밥 반'이든 '통신보안'은 이해가 됩니다.

전화에 대고 '대적경계철저'는 이상합니다.

몇몇 간첩이 사단 경계 근무 지역으로 지나다녔다고 합니다.

그 뒤 모든 통화에 '대적경계철저'가 인사가 됐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고참의 설명입니다.

'토-오-홍신'을 '통신보안'으로 심드렁하게 해도 될 때까지 '대적경계철저'를 말했지만, 제대로 된 적은 만나지 못하고 제대했습니다.

1992년 남북은 기본합의를 발효합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민족화해, 무력 침략과 충돌 방지, 긴장완화와 평화보장, 교류협력을 통한 민족 공영 모색, 평화통일을 위한 공동의 노력 등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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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첫 북한 취재입니다.

금강산 연날리기 행사입니다.

북측 관계자가 검문소에서 제 노트북을 압수합니다.

카메라만 사전 등록이 됐다고 합니다.

남측으로 돌아갈 때 준다고 합니다.

다행히 타사 동료 기자 노트북은 통과입니다.

이틀 후 다시 검문소. 북한 군인이 저를 작은 방으로 데리고 갑니다.

온 벽이 하얀 작은 방에 중년의 군인이 무표정하게 앉아 있습니다.

드디어 '대적'을 했지만 대적하기 무섭습니다.

두리번두리번. 부질없는 '경계 철저'입니다.

중년의 군인이 왜 노트북을 등록하지 않았냐고 다그칩니다.

행사를 진행한 현대 아산 측에 통보했다고 하니 관계자를 데리고 오라고 문밖으로 소리칩니다.

현대아산 관계자가 와서 이래저래 설명해도 통하지 않습니다.

반성문 같은 경위서를 쓰고 벌금 40달러 형(?)을 받았습니다.

"원화는 안되나요?" 달러가 없어 물어보니 단호합니다.

무조건 달러입니다.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를 시작한 2004년 남북은 고위군사회담에서 서해상 우발적 충돌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 선전 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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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금강산 이산가족상봉행사. 한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만찬 행사 취재 후 술을 마시며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보다 대여섯 나이가 많습니다.

남북의 호칭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선배', '후배', '동지', '동무'. 동지가 되고, 후배가 되고 그랬습니다.

그다음 날 야외 행사에서 다시 만나 기념촬영이라도 하려고 하니 눈치를 보는 듯합니다.

얼른 찍고 슬쩍 손을 잡으며 헤어집니다.

2005년 개성공단에 남북경협사무소(이후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로 변경)가 문을 엽니다.

사무소 건물은 2007년 준공입니다.

2018년 이 건물을 개·보수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만듭니다.

2009년 금강산 이산가족상봉행사에서 조선중앙통신 기자를 다시 만났습니다.

나잇살은 남이나 북이나 입니다.

둘 다 꽤 중후해졌습니다.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북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는 저는 지난 만남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북측의 선배 기자님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2006년 독일월드컵 취재를 한 것과 이후 있었던 일들도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알고 있냐고 물으니 그걸 모를 리 있냐는 얼굴입니다.

"토-오-홍신보안" 물음에 "통신보안"하고 대답하는 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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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취재했지만, 그 조선중앙통신 기자를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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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다음 날 사진과 영상을 공개합니다.

"여보세요?" 할 수 있는 '통신'은 남북관계개선의 시작입니다.

국방부는 2018년 국방백서에서 "군 통신선 정상화는 남북 간 교류협력의 군사적 보장뿐 아니라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라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 남북 간 교류협력사업을 원활하게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남북군사당국은 동·서해지구 통신선을 정상화했습니다.

연락사무소는 그해 9월 문을 열었습니다.

조선중앙방송은 연락사무소 폭파 당일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을 차단해버린 데 이어 북남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파괴시키는 조치를 실행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남한을 '적'으로 간주하는 대적 군사행동을 이어가겠다고 합니다.

청와대는 강하게 유감을 표명합니다.

"여보세요?" 할 수 있는 모든 통신은 단절하고, "여보세요!" 하는 일방적인 메시지만 나오고 있습니다.

통신두절입니다.

"토-오-홍신두절! 대적경계철저!"를 외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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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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