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진보단체 "취지와 달라·해체가 답"…강경화 "긍정적 측면도"
남북사업은 제재 예외 '적극 설득' 주문…"쉽지 않아" 지적도
'남북관계 걸림돌' 지적받는 한미워킹그룹 운영 바뀔까(종합)
최근 남북관계 악화 원인으로 한미 간 북핵 협상 협의체인 '한미워킹그룹'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워킹그룹의 향후 운영 방향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한미워킹그룹은 한미 간 원활한 공조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한국이 남북관계 개선에 주도적으로 나설 수 없도록 손발을 묶는 측면도 적지 않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워킹그룹은 한미 간 비핵화·대북제재·남북협력 등을 수시로 조율하는 협의체로 2018년 11월 20일 공식 출범했다.

한국 측에서는 외교부와 청와대, 통일부를 주축으로 사안에 따라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이, 미국 측에서는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사 등이 참석한다.

한미 간 '엇박자' 논란을 잠재우고 긴밀한 소통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미국이 남북협력 속도를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에 맞추기를 원하면서 갈수록 제재 이행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가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자산 점검 차원의 방북은 물론이며 타미플루의 인도적 지원도 운반용 트럭이 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로 워킹그룹에서 논의됐다.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 등 남북이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사업도 미국과 제재 문제를 협의하느라 지연됐고,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공동선언의 신속한 이행을 기대했던 북한의 인내심은 오래 가지 못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도 전날 담화에서 "북남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 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여권과 진보단체에서 정부가 스스로를 워킹그룹에 너무 구속한 탓에 남북관계 개선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해체까지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지난 16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워킹그룹이 본연 취지와 다르게 왜곡되게 나타나고 있다"며 "남북관계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일각에서 비판하는 상황이라 그 지점을 외교부는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미국이 아무래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원활히 하기 위해 워킹그룹 메커니즘을 이용하고자 한 것"이라며 "앞으로 워킹그룹이 좀 더 본연의 목적에 맞도록 그런 면으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외교부로서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걸림돌' 지적받는 한미워킹그룹 운영 바뀔까(종합)

표면적으로는 한미워킹그룹을 문제 삼고 있지만, 워킹그룹은 틀일 뿐 근본적인 원인은 워낙 촘촘한 대북 제재와 이를 엄격히 집행하려는 미국의 태도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제3자 제재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독자 행동에 나설 의지가 있지 않는 한 대북 문제에 대한 미국과 소통은 어떤 형식으로든 지속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워킹그룹에 순기능이 있다고 보고 있어 당장 그 구성이나 운영에 변화를 검토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민주당이 주최한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안규백 의원이 워킹그룹의 역할론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자 "그런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한미워킹그룹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이 언급한 긍정적인 측면에는 워킹그룹 덕분에 미국과 원스톱 제재 협의가 가능하다는 점이 포함된다.

미국은 제재를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의회 등에서 다루고 있는데 정부가 이들과 개별 협의를 할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만 설득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면제가 손쉽게 이뤄지는 점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도 워킹그룹에 대한 여론을 의식해 한국에 최대한 협조하려고 한다"며 "개성 만월대 발굴, 이산가족 화상상봉, 양묘장 현대화, 국군 유해발굴 사업 등의 경우 워킹그룹 덕분에 제재 면제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정부가 미국 입만 바라볼 게 아니라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제재 예외 범위를 넓게 해석할 논리를 개발하고 미국과 국제사회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발간된 '창작과 비평' 대담에서 제재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을 주문하며 제재 기준을 '월경'(越境)에서 '이전'(移轉)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금수 품목이 북한 국경만 넘어가도 제재 위반이라고 해석하는데 실제 소유권을 북한에 넘기는 경우에만 제재 위반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그동안 미국과 유엔 안보리가 적용해온 해석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설득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제재 위반 여부의 최종 판단 권한은 우리가 아니라 안보리와 미국에 있다"며 "판사가 아닌 일반 시민이 법을 해석할 수 없듯이 우리의 적극적인 해석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완전히 준수하려고 할 경우 개성공단 재개와 철도 연결 등 실질적인 남북 협력사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유엔과 미국이 제재 예외를 명문화한 인도적 지원조차도 제재 벽에 막히는 형국이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 연구기관인 국제평화연구소(IPI)는 작년 12월 '제재를 보다 영리하게: 인도주의적 활동 보호' 보고서에서 북한에 지원하는 위생키트에 들어있는 손톱깎이가 제재에 걸린 한 단체 사례를 언급하며 북한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제재 면제와 물품 수입에 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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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