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담화 → 9일 통신선 차단 → 16일 연락사무소 폭파
'지지부진' 南 대북정책과 대북전단에 분노…국제사회 이목 집중 효과도
북한, '남한=적' 선언 후 12일만에 행동조치…몰아치는 대적사업
북한이 공언대로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행동을 빠르게 이행하고 있어 주목된다.

첫 보복조치로 지난 9일 남북 간 통신연락선 차단에 이어 2차 행동으로 16일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했다.

남북관계 단절 담화를 내놓은 지 불과 12일 만에 보복 조치를 '속도전'으로 진행하는 데는 성과없는 남북관계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를 드러내는 동시에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도 담겨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남측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처음 경고한 시점은 불과 이달 4일이다.

당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내고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로 다음 날인 5일 대남사업부서인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별도 담화를 내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결단코 폐지하겠다고 선포했다.

이어 북한은 나흘뒤인 지난 9일 정오를 기점으로 모든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차단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통신연락선 완전 차단 소식을 보도하며 이것이 '첫 단계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연달아 추가 조치에 나설 것을 시사한 셈이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다시 김 제1부부장이 나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건물 폭파를 노골적으로 경고했다.

그리고 사흘 뒤인 이날 오후 2시 50분께 개성 연락사무소를 선언대로 형체도 없이 완전히 폭파했다.

조선중앙방송도 폭파 이후 약 2시간 만에 "남북 사이의 모든 통신 연락선을 차단해 버린 데 이어 개성공업 지구에 있던 남북 공동연락 사무소를 완전 파괴시키는 조치를 실행했다"고 전했다.

김 제1부부장이 직접 나서 연속적인 보복을 호언장담한 만큼 이후에도 후속 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이날 아침 '공개보도' 형식으로 남북 합의에 따라 비무장화한 지역에 군대를 투입하고 대남전단 살포에 나설 가능성을 예고했다.

김 제1부부장은 13일자 담화에서 개성공업지구 철거와 군사합의 파기를 예고하면서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보복 조치를 잇달아 실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앞서 김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지난 8일 대남사업 부서 사업총화 회의에서는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를 적으로 규정하고 적에 맞선 대결 조치에 나설 것을 밝힌 바 있다.
북한, '남한=적' 선언 후 12일만에 행동조치…몰아치는 대적사업
북한이 이처럼 숨돌릴 틈도 없을 속도로 대결조치를 이행하는 데는 최고지도자를 비난한 대북전단의 살포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쌓여온 불만이 그만큼 큰 것임을 보여준다.

남북한은 문재인 정부 들어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 등 많은 합의를 이뤘지만,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을 믿고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내걸었지만, 대북제재로 인해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데다 남측이 한미공조를 우선하면서 지난 2년간 북한이 실제 손에 쥔 건 아무것도 없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결국 북한은 더는 미련도 기대도 두지 않겠다는 결심 아래 판문점 선언과 남북 군사합의 내용을 파기하고 원점으로 되돌리고자 통신연락선을 차단하고 연락사무소마저 폭파한 셈이다.

아울러 파국적인 조치를 잇달아 이행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이목을 다시 집중시키고 특히 미국 행정부에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우회적으로 자극하고 과시하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