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첫 전체회의. 상임위원회 강제 배정에 항의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좌석이 비어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1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첫 전체회의. 상임위원회 강제 배정에 항의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좌석이 비어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더불어민주당이 16일 미래통합당 없는 ‘반쪽 국회’를 가동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와 관련 법안 처리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통합당 의원들은 상임위원 사임계를 내고 상임위 강제 배정에 강하게 항의했다.

與, 통합당 없이 상임위 개최

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민주당 몫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위원회의 전체회의를 열고 간사 선임 등 안건을 처리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위원장을 선출하지 않은 상임위는 당정 간담회를 열어 상임위 가동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국회 개원이 늦어진 만큼 지금부터 전력 질주해야 한다”며 “3차 추경을 적시에 집행할 수 있도록 심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전날 법사위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의원들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한 것에 반발해 일괄 사임계를 제출했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박 의장의 일방적인 상임위원 강제 배정은 당 차원에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법적 근거 없이 진행된 개별 의원의 상임위원 보임을 일괄 사임한다”고 밝혔다.

민주, 이번주 원(院) 구성 완료 방침

민주당은 통합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번주 18개 상임위 구성을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통합당이 끝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지 않으면 기존에 민주당 몫으로 정한 11개 상임위원장 중 아직 선출하지 않은 5개 위원장뿐 아니라 예결특위 위원장까지 추가로 가져올 수 있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6개 상임위 가동으로는 시급한 코로나 위기 대응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금주 안으로 18개 상임위 구성을 마치고 추경 심사에 본격 착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상임위원장 비율은) 11 대 7이라는 합의를 어느 정도 준수하면서 기다리겠다”면서도 “추경을 처리해야 하는데 만약 야당이 (협상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면 예결위 부분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野 “보이콧은 아냐”…대안 투쟁 시사

통합당은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되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전날 전격 사의를 표명해 당장 19일 예고된 본회의 전까지 원 구성 협상을 이끌 원내사령탑이 공석이 됐다. 상임위에 강제 배정된 의원들은 일괄 사임 후 당내 회의체에서 활동한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상임위와 별개로 103명 의원들을 외교안보, 포스트 코로나 경제, 교육문화 등 5개 분야로 나누고 회의체를 가동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임위 강제 배정은 인정할 수 없지만 국회 보이콧은 아니다”며 “국회는 돌아가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는 거대 여당에 대응할 뾰족한 방안이 없는 현 상황을 직시하고 상임위 활동에 복귀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황보승희 통합당 의원은 초선의원 모임인 ‘초심만리’ 토론회 후 브리핑에서 “거대 여당에 맞서 야당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며 “합리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여당과) 소통이 안 되더라도 상임위에서 역할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전날 사의를 표명한 주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재신임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주 원내대표는) 당연히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조해진 통합당 의원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주 원내대표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여당 지도부를 향해 그래도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는 사람은 주 원내대표밖에 없다”며 주 원내대표 재신임 의견에 힘을 보탰다.

김소현/성상훈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