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더불어민주당이 범여권 정당들과 함께 제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등 총 6개 상임위원장직에 대한 원 구성 표결을 진행하고 있다. /영상=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15일 더불어민주당이 범여권 정당들과 함께 제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등 총 6개 상임위원장직에 대한 원 구성 표결을 진행하고 있다. /영상=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반쪽 표결'을 통해 제21대 원 구성에서 가장 논란이었던 법제사법위원장직 선출을 마무리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선출 직후 '빈소 회동'부터 합을 맞춰 왔지만 원 구성에서 협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15일 민주당은 범여권 정당들과 함께 제21대국회 법사위원장직 등 총 6개 상임위원장직에 대한 원 구성 표결을 진행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 국회 로텐더홀에서 피켓을 들고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규탄하기도 했다.
제21대 국회 첫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가 열린 15일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1대 국회 첫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가 열린 15일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박병석 "시간 더 준다고 합의 희박"…주호영 "헌정사의 치욕

박병석 국회의장은 본격적인 표결에 앞서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박 의장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상태서 일부 상임위만 먼저 구성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라면서 "의장으로 본회의를 두 차례 연기하면서 협상을 촉구했고 저 자신도 고뇌의 시간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길이 국민과 국익을 위한 길이라면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시간을 더 준다고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라고 덧붙였다.

홀로 본회의에 참석한 주 원내대표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오늘은 우리 헌정사에 유례없는 기록을 남기는 날이 될 것"이라며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 없이 의사 일정을 올린 것도 잘못됐고 상대 당 동의 없이 강제로 상임위에 배정한 것은 헌정사의 치욕이다"라고 토로했다.

표결 결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는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위원장에는 윤후덕 의원이, 외교통일위원장에는 송영길 의원이, 국방위원장에는 민홍철 의원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에는 이학영 의원이, 보건복지위원장에 한정애 의원이 선출됐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20대 국회 마무리는 화기애애했지만…21대 원 구성은 '잡음' 그 자체

김 원내대표와 주 원내대표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원내대표 선출 직후 부친상을 맞았던 주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첫 회동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후 지난달 14일 이뤄진 본격적인 회동에선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하고 각종 민생 법안 처리를 해내기도 했다.

문제는 본격적인 제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 나서면서 벌어졌다. 취임 직후부터 '일하는 국회'를 외쳤던 김 원내대표는 지속적으로 '법대로'를 주 원내대표는 '관행'을 내세우며 평행선을 이어왔다.

김 원내대표는 이대로 가면 18개 상임위원장직 모두를 갖고 올 수도 있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진행됐던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 자리에서도 신경전은 이어졌다. 김 원내대표는 "오늘 대화도 날씨처럼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네자 주 원내대표는 "김 대표가 다 가져간다, 그런 이야기만 안 하시면"이라고 답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사진=연합뉴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사진=연합뉴스
◆ '법대로' 김태년 vs '관행대로' 주호영…의장단 선출 두고 '정면충졸'

평행선을 달리던 두 원내대표는 결국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부터 갈등이 본격화됐다. 국회는 지난 5일 21대 국회 첫 본회의를 개최했으나 통합당 의원들은 주 원내대표의 의사진행발언이 끝난 직후 퇴장했다.

여야 지도부가 막판까지 원 구성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에 이는 예고된 파행이었다. 이에 민주당은 '1(민주당)+4(정의당·열린민주당·시대전환·기본소득당) 전략'으로 범여권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임시회는 의원의 임기 개시 후 7일에 열게 돼 있어 민주당은 법대로 같은날 의장단 선출을 마무리 지었다.

이후 주 원내대표는 상임위원장직 포기 선언을 한 3선 의원들에 힘입으며 '배수진'을 치기도 했으나 원하던 법사위원장직은 받아내지 못했다. 김 원내대표는 끝내 '반쪽 표결'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