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데이터·로봇세 등 신설"
여권 최대계파 '더미래'도 가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해찬 대표.  /연합뉴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해찬 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보편적 증세 논의에 시동을 걸고 있다. 기본소득제 도입과 전 국민 고용보험 등 복지 확대가 여권의 핵심 의제로 떠오르며 재원 마련을 위해선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12일 한 TV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부담·중복지 또는 고부담·고복지 사회로 가야 하지만 증세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크다”며 “국민이 동의하는 재원을 어떻게 조성해 복지를 해나갈 것이냐가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기본소득제 도입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을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이 지사는 “세금을 늘리는 게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국민의 저항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세 방안으로는 조세 감면 축소와 데이터세·로봇세 신설 등을 제시했다.

여당 최대 계파로 분류되는 더좋은미래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도 최근 복지 확대를 위해 보편적 증세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더미래연구소는 “보편복지를 위해서는 모두의 기여가 필요하다”며 “소수만 기여하고 다수가 혜택받는 모델은 재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與 최대 계파 "보편증세로 가야…부자증세만으론 복지확대 불가능"
더미래硏 "기본소득 등 도입하려면 면세자 비율 낮춰야"


여권에서 촉발된 증세 논의는 기본소득제 도입과 전 국민 고용보험 등 복지 확대를 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전제로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확장 재정 기조가 취약계층을 지원한다는 명목에서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재정지출 속도를 보면 증세가 불가피하다”며 “늘어나는 재정 소요와 조세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부자 증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여권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섣부른 증세가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복지확대 내세우는 與…'보편 증세' 불지핀다

“보편적 증세로 세수 확대해야”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계파로 분류되는 더좋은미래(더미래)의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재분배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보편적 증세를 통한 기여 인구 및 세수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소득층을 겨냥한 ‘핀셋 증세’를 통한 부의 재분배를 주로 강조해온 기존 여권 주장과는 상반된 견해다. 보고서는 “조세정의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소득이 1원이라도 발생하는 곳이라면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한국 면세자 비율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수의 기여에 의존하는 지금의 조세 구조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싱크탱크도 여권을 중심으로 한 증세 논의에 합류했다. 국회 산하 연구단체인 국회미래연구원은 12일 발표한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는 국가재정 관리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연구진 기고문을 통해 국회 차원의 증세 추진을 촉구했다.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정건전화를 위한 재정정책 수단은 증세 및 지출 효율화”라며 “국회가 달갑지 않은 증세와 지출 효율화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들도 증세를 거론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올해 경제 전망을 발표하며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재정지출 수요가 커지는 만큼 증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도 기고문을 통해 “지금 같은 재난 시기에는 증세를 미루지 말고 적절한 규모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부자 증세만으로는 한계

보편 증세는 ‘부자 증세’만으로는 재정 건전화에 한계가 있다는 관측에 근거를 두고 있다. 더미래연구소는 “일각에서는 국토보유세와 부유세 등 고액 자산에 대한 세목을 신설하거나 종합부동산세 등 기존 세금의 누진성을 강화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자고 주장한다”며 “국토보유세를 신설해봐야 추가 세수가 연간 15조원에 불과하는 등 늘어나는 복지 지출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조세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2018년 기준 38.9%에 달하는 등 조세 부담이 일부 계층에만 과도하게 지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9일 발간한 ‘21대 국회 주요 입법·정책 현안’ 보고서에서 “높은 면세자 비율은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소득세율 구조 개편 등을 통한 면세자 축소를 주문했다.

한국의 조세부담률(국내총생산에서 국세와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보편 증세 논의의 배경이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018년 2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16년 24.9%)을 밑돌았다.

당론 공식화는 미지수

다만 이번 증세 논의가 민주당의 공식 테이블에까지 오를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보편 증세는 물론이고 증세 논의 자체가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오른 적이 없다”며 “기존부터 증세를 주장해온 일부가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적 저항이 거센 증세 논의를 다루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설명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도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증세 논의 자체가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브레이크와 액셀을 같이 밟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복지국가’ 비전 실현을 위해서는 보편 증세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긴급재난지원금 등 현금성 복지를 하면 당연히 재정건전성이 악화하고 증세 논의가 뒤따르게 된다”며 “문제는 증세를 하더라도 경제가 위축돼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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