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매체들이 대북전단 살포 문제와 관련해 연일 우리 정부에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 대외선전 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11일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한 평양시 인민위원회 부원 이영철의 글을 실었다. 그는 “평양과 백두산에서 두 손을 높이 들고 무엇을 하겠다고 믿어달라고 할 때는 그래도 사람다워 보였고, 촛불민심의 덕으로 집권했다니 그래도 이전 당국자들과는 좀 다르겠거니 생각했다”며 “그러나 지금 보니 다르기는커녕 오히려 선임자들보다 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조국통일연구원의 한성일 실장도 이 매체에 “(대북전단 살포 묵인은) 한마디로 북남관계가 다 깨져도 좋다는 것 아닌가”라며 “남조선 당국은 이제부터 가장 고통스럽고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겁박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전가하는 내용의 논설을 게재했다. 이 신문은 “이번 사태는 분명 북남관계를 깨뜨리려고 작심하고 덤벼드는 우리에 대한 도전이고 선전포고와 같다”며 “후에 판이 어떻게 되든 북남관계가 총파산된다 해도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응당한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인민의 철의 의지”라고 밝혔다.

북한은 전날 “북한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고 밝힌 미 국무부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서도 이날 즉각적인 반응을 내놨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부질없는 망언에 어처구니가 없다”며 “북남관계는 우리 민족 내부 문제로서 그 누구도 시비질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흑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 확산으로 재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조롱 섞인 비난도 이어졌다. 그는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라”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