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 헌신한 배은심 여사, 아들 33주기에 훈장 받아
이한열 열사 모친 "민주주의 위해 삶 희생하는 이 더는 없어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훈장을 받은 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80) 여사는 10일 민주화 운동에 삶을 희생하고 고통받는 이가 더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은심 여사는 이날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민주주의 발전 유공'으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그는 기념식에서 낭독한 '서른 세 번째 6월 10일에 보내는 편지'를 통해 "다시는 우리 역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배은심 여사는 아들 이한열 열사가 1987년 6월 9일 군사정권 항거 시위 도중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후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왔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에 참여해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위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을 펼쳤다.

1998∼1999년에는 유가협 회장을 맡아 422일간 국회 앞 천막 농성 끝에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끌어냈다.

배 여사는 1970년 근로기준법 준수를 촉구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모친 고 이소선 전 유가협 회장, 1987년 경찰 고문으로 숨져 6·10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의 부친 고 박정기 전 유가협 이사장 등 함께 활동한 동료들도 기렸다.

이소선 전 회장과 박정기 전 이사장에게도 이날 국민훈장 모란장이 추서됐다.

그는 "30년 가까이 늘 함께 다니며 싸우던 우리 유가협 식구들인데 이소선 어머니는 전태일 옆에 가 계시고 종철이 아버지도 아들하고 같이 있어서 나 혼자 이렇게 훈장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만 해도 농성장이나 파업 현장 등 유가협 회원들이 싸우러 갈 곳이 많았다"면서 "우린 핏줄보다 더 가까웠다"고 돌아봤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배은심 여사와 이소선 전 회장, 박정기 전 이사장 외에 인권변호사이자 전태일 평전 저자인 고 조영래 변호사, 빈민선교와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고 박형규 목사 등 모두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이 수여됐다.

정부가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대대적으로 훈장을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이번 포상 수여를 위해 '민주주의 발전 유공' 부문을 신설했다.

이전까지는 고 조아라 여사, 고 정진동 목사, 고 김승훈 신부 등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인물 8명이 개별적으로 사후 추서 등의 형태로 훈장을 받은 바 있다.

이한열 열사 모친 "민주주의 위해 삶 희생하는 이 더는 없어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