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연락채널 단절'이 첫 단계·후속조치 예고
군사합의 파기시 접경지 군사적 긴장감 고조…북, 도발 가능성

북한이 9일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해 남북 간 모든 연락채널의 차단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남 공세에 나섰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최악의 국면'을 경고하고, 5일 통일전선부(통전부) 담화를 통해 "갈 데까지 가보자"고 압박하더니 이를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북한은 실제 이날 오전 연락사무소 채널과 군 통신선 채널에서 모두 남측의 연락 시도에 응하지 않았다.

특히 연락채널 단절은 북한이 남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른 '액션 플랜(행동계획)'의 첫 단계라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이번 조치도 이들이 심의한 '단계별 대적사업계획'의 '첫 단계'라고 밝혀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통전부가 5일 남측을 향해 '적은 역시 적'이라고 했던 연장선으로, '액션 플랜'에는 북한이 이미 공언한 남북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 등의 조처가 담겨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간 상시 소통채널로서 기능했던 연락사무소와 적대행위 금지를 명시한 군사합의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일군 최대 성과로 자부해오던 사항들이다.

개성공단은 2016년부터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이고 대북제재 등으로 당장 재개도 어렵지만, 북한이 실제 철거에 나선다면 개성공단은 더는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남한을 '적' 규정하고 '액션플랜'까지…단절 넘어 대결로
더 큰 문제는 남북관계가 '화해 무드'에서 '단절 상태'로 역행하는 것을 넘어 2018년 이전의 '대결 구도'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접경지역 충돌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했던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적'으로 규정한 남측을 향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군사합의에는 군사분계선(MDL) 5㎞ 내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전면 중단, 동·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일정 구역을 완충수역 지정, MDL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이 담겨 있다.

9·19 군사합의가 파기된다면 접경지대에서의 군사적 긴장감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전단 살포를 '남측이 북한을 적으로 간주한다'고 본 것"이라며 "북한도 남한을 똑같이 적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최악의 경우 군사적 충돌까지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파상공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정부는 이에 제동을 걸 마땅한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다.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간이 걸리는 데다 북한의 격앙된 태도로 보면 전단 살포를 막는다고 풀릴 가능성도 적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관련 사항을 주민들이 다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 실었다는 점에서 단시간 내 방침을 바꿀 여지도 희박해 보인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 내부로 대남동향이 다 보도가 되면서 남북대화를 통해 유화적으로 갈 환경이 좁아져 우려스럽다"면서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