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가 시작됐지만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초선 비율이 절반을 넘으면서(50.3%) 각 진영에서 새로운 목소리를 내고 고착화된 정치구조를 깰 것이 기대됐지만 당은 의원 관리에 나서고 의원들은 지도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당에선 현 정부의 후광을 입은 인사들이 대거 입성하면서 초선들이 국회 내 ‘메기’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내부단속 통합당 "분열 안돼"

5일 통합당에선 기본소득 화두를 던지면서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 아래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는 '내부단속'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일단은 김 위원장을 무조건 돕자는 데 의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총선 참패의 원인 중 하나를 보수 분열로 진단하고 있는만큼 자칫 다른 목소리를 내다가 쇄신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2일 의원총회에서 당내 의원들에게 “너무 시비 걸지 말고 협력해달라”고 자신의 뜻에 따라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통합당의 57%가 초선이다.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며 견제 역할을 해야할 초선들이 당 지도부가 제시하는 방향과 지침에만 충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통합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이 화두로 던진 기본소득 정책을 앞다퉈 공부하기 시작했다. 당은 소속 의원들의 법안 접수에 앞서 당 사무처의 검토를 거치라는 지침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 개인의 양심과 소신을 사실상 중앙당이 통제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정강정책과 방향이 크게 바뀌는데 여기에 공개적으로 토론하자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이 거의 없다는 게 의문"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입단속'

민주당 초선들도 당 지도부의 지침에 따라 각종 현안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국민들이 기대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징계 논란에 지도부와 다른 의사를 나타낸 의원은 재선 조응천 의원이 유일하다. 윤미향 의원 논란에 대해서도 이해찬 대표의 함구령이 떨어진 이후 의견 개진이 사라졌다. 초선 김남국 의원은 "당론은 충분한 토론을 거쳐 결정된 것이기에 당론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징계는 적절했다"며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 가치와 소신이 다 다른데 정제되지 않은 개인 발언이 쏟아진다면 일하는 국회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 시절과는 정반대 양상이라는 설명이다. 17대 국회 당시 152석을 확보했던 열린우리당은 초선들의 각개전투로 혼란을 겪었다. 당시 초선의 수는 108명으로 열린우리당의 전체 의석 수의 70%를 넘었는데 각자 자기 주장과 소신을 내세우면서 '108번뇌'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때 겪은 초선 트라우마로 지도부가 입단속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초선 당선인 대상의 토론회에서 "초선이었던 열린우리당 시절 과오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초선 활력은 어디로

초선들이 각 진영에서 새로운 목소리를 내면서 고착화된 정치 구도를 깨고 활력을 불어넣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대 국회의 특성상 초선의 존재감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여권은 초선 의원 중 상당수가 청와대 출신 등 현 정부에 몸담았거나 협업한 사람들이라 '다른 목소리'를 내기 힘들 것이란 우려다. 청와대 수석을 지낸 정태호·윤영찬·이용선 의원 등 청와대 출신만 민주당 초선 68명 중 16명(23.5%)이나 된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