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소속 국회의원들의 법안 접수에 앞서 당 사무처의 검토를 거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3일 통합당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중앙당은 의원 보좌진에 협조 공문을 보내 법안 발의 전 관련 내용을 당 수석·전문·심의위원들에게 전달하라고 요청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도 전날 "접수 전에 제출 법안이 당의 정체성, 입장과 맞는지 검토할 시간을 달라"며 "좋은 법안이 있으면 당론으로 채택하겠다"고 독려했다.

발의 건수를 늘리기 위한 단순 용어 변경과 순화, 조문 추가 등과 같은 알맹이 없는 '묻지마 법안'이 급증하자 당 차원에서 수술에 나선 것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는 총 2만4천141건의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처리는 9천139건에 그쳤다.

법안처리율은 37.8%에 불과했다.

이중에는 '환수할'을 '돌려받을'로, '가 해제'를 '임시 해제'로 토씨 하나 바꾼 정도에 그친 법안들도 상당수다.

지난 국회에서 이러한 보여주기용 법안 남발을 삼가자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실천에 이르지 못했다.

당내에선 이번 지침이 당 사무처와 보좌진이 협업하며 내실있고 무게감 있는 법안을 만드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한편에선 의원 개인의 양심과 소신을 사실상 통제하는 것이란 반발도 나온다.

한 보좌진은 "사전 검열이자 행정력 낭비"라며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하기 전 당론과 맞는지 당에 보고할 의무가 없다"고 비판했다.

자칫하면 당론에 반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의 사례처럼 비칠 수 있단 우려도 있다.

그러나 통합당 관계자는 "개별 입법을 하다 보면 당론과 배치되는 경우가 있어 서로 의견을 조율하자는 의미"라며 "용어나 규정에 맞는지 의논하고, 서로 협업하자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통합 "법안 발의 전 사무처 거치라"…일각 '검열' 반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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