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국회 재입성…소회 들어보니

일자리·주거·교육 자족기능 강화
'언택트 시대' 맞게 도시 첨단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명분이 아니라 솔루션을 가지고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명분이 아니라 솔루션을 가지고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21대 국회 임기 시작을 나흘 앞둔 지난 26일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강원 원주갑)의 사무실 화이트보드에는 누군가에게 ‘디지털 뉴딜’을 설명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디지털 뉴딜은 문재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구상한 ‘한국판 뉴딜’의 핵심 개념이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의원은 5세대(5G) 이동통신과 이보다 데이터 속도가 다섯 배 빠른 6G, 지상에서부터 2000㎞ 고도에서 도는 저궤도위성 등을 언급하면서 “디지털 뉴딜의 핵심은 공공재를 최첨단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10년 만에 국회로 다시 돌아온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경제의 진화와 코로나19로 삶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며 “국회가 혁신을 향한 몸부림을 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30일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은 뒤 21대 총선에서 당선에 성공한 그에게 민주당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포스트코로나본부장을 맡겼다. 민간 싱크탱크 여시재 원장을 지낸 그의 이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이 의원은 “싱크탱크에 있으면서 한국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디자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국회에 입성하기로 한 이유를 설명했다.

“기업·혁신 도시 자족기능 키워야”

이 의원은 우선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 지정된 혁신도시와 기업도시의 자족 기능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의원은 “코로나19는 기존 출퇴근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며 “일자리·주거·교육·의료·문화 등 삶의 질을 결정하는 다섯 가지 요건을 갖춘 자족형 도시가 미래 도시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 만든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를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업에 대한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게 이 의원의 생각이다. 이 의원은 “기업·혁신도시에 입주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더 많은 혜택이 보장돼야 한다”며 “세금이 면제되는 보세구역에 스마트공장을 짓도록 해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네덜란드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기’까지 과감히 발언

이 의원은 국회에 본격 입성하기 전부터 ‘민주당의 금기(禁忌)’라고 여겨지는 다양한 화두를 던졌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에서는 일반 대기업 지주회사에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건의했다. 지주회사의 CVC 설립은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가로막혀 있다. 이 의원은 “기술의 인수합병(M&A) 시대가 왔다”며 “CVC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어떻게 국내에서 M&A를 활성화할 수 있을지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편과 네 편으로 가르는 명분주의로는 세상이 안 굴러간다”며 “누가 비용을 줄이는 솔루션(해결책)을 갖고 있는지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협력 관계도 재건해야 한다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에 휘말린 전경련은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탈퇴하는 등 사실상 ‘식물 상태’다. 이 의원은 “전경련이 로비단체가 아니라 재계를 위한 싱크탱크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이후 한국에 주어진 기회를 잡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재계에서도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권에 욕심 없다”

이 의원은 스물세 살 때 국회의원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 보좌관으로 국회에서 일을 시작했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 가운데 가장 빨리 제도권에서 일했다. 이 의원은 “처음 국회에 왔을 때 운동권을 배신한 개량주의자라는 비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그와 함께 대학가에서 투쟁하던 사람들이 586세대로 불리며 국회 내 주류로 활동 중이다. 이 의원은 “과거에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 옳은 것이라 생각했다”며 “586도 끊임없이 자기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젊은 세대에게 과감하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지난달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태종’이라고 말하며 “세종의 시대가 올 때가 됐다”고 했다. ‘세종이 되고 싶은 뜻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의원은 “과거에는 30대엔 정도전처럼, 40대엔 이성계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며 “건방졌다”고 잘라 말했다.

조미현/이동훈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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