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은 규제 혁파 강조했지만… >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과 국무회의 발언 등을 통해 규제 혁파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대통령은 규제 혁파 강조했지만… >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과 국무회의 발언 등을 통해 규제 혁파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30일 임기를 시작하는 21대 국회에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 등 반(反)기업 규제 법안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기업을 옥죄는 규제 강화 법안을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여야 의원들이 경제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인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이 ‘1호 법안’으로 발의할 경제 관련 법안 4개 중 1개는 규제 강화 법안이다. 민주당이 177석 의석을 앞세워 이 법안들을 밀어붙이면 역대 최악의 규제 양산 국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FTA 이익공유·동일산업 동일임금…더 세지는 21대 국회 규제법안
기업 지배구조 옥죄고, 경영권 간섭도

한국경제신문이 29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언론에 밝힌 21대 국회의원들의 ‘1호 법안’을 분석한 결과 민주당 의원들은 기업 지배구조를 옥죄는 법안을 다수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용진 의원은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을 최우선 발의할 계획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경제계의 관측이다. 박 의원은 보험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 중 총자산의 일정 비율이 넘는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준비 중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30조원 안팎의 삼성전자 주식을 전량 매각하도록 하는 법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가 특정 업종 기업들의 경영권을 간섭하는 법안도 있다. 장경태 의원은 근로자 처우 개선 등을 명목으로 택배와 버스 운영에 정부가 관여하는 ‘택배·버스산업 안전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임금 산정 관여에 각종 ‘기금 걷기’까지

기업의 임금 산정에 관여하는 법안도 다수다. 정태호 의원은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개별기업의 수익성에 관계없이 ‘동일산업·동일임금’을 지향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범여권인 정의당의 류호정 의원은 포괄임금제 폐지 법안을 내걸었다. 포괄임금제는 사업주가 실제 근로시간을 계산하기 어려울 때 연장, 야간수당 등을 급여에 포함해 한 번에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업으로부터 반강제적으로 돈을 걷는 법안들도 있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자유무역협정(FTA) 수혜기업의 농어촌상생기금 참여를 의무화하는 ‘무역이득 공유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에 대한 소송 남발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되는 법안도 눈에 띈다. 백혜련 의원은 현행 증권 분야에 국한된 집단소송을 의료, 환경, 노동 등 집단피해가 우려되는 모든 분야로 확대하는 내용의 집단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부동산 시장을 규제하는 다수의 여당발(發) 법안들도 21대 국회 개원을 기다리고 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공평과세법’을 통해 보유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유동수 의원은 부동산 양도세를 강화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송옥주 의원은 전월세상한제 등이 포함된 ‘서민주택안정 패키지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규제 완화 법안은 통과 가능성 낮아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주로 규제 완화 법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슈퍼 여당’의 위세 앞에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태구민 의원은 종합부동산세 완화 법안을, 성일종 의원은 상속·증여세 인하 법안을 준비 중이다. 모두 정부·여당의 정책기조와 배치돼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기 힘든 법안이다.

금융업의 온라인 진출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는 윤창현 의원의 ‘온라인금융법’도 주목받고 있지만 여당의 금산분리 원칙 고수 방침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일단 한번 규제가 생기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관련 입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도 규제가 많아 기업들이 숨이 막히는 상황에 규제 법안을 더 만드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일단 내놓고 보는 ‘건수 채우기’식 발의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