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전략회의서 대응 방안 논의…강경화 "관련 동향 주시"
미·중, 한국에 선택 강요…'전략적 모호성' 도전 직면
홍콩보안법 앞두고 미중관계 격랑…정부, 대응책 고심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통과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정부도 대응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미중 어느 한편에도 가담하지 않는 줄타기로 대응해왔지만, 양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형국이어서 앞으로 정부 입지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 주재로 제7차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 국제정세와 미중 갈등 등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외교부, 기획재정부, 통일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와 청와대, 국무조정실, 국정원, 국립외교원, 국방연구원 관계자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한층 격렬해진 미중 갈등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고조되는 국제사회의 갈등과 그 파급효과와 관련해 국내외 우려가 높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외교부를 비롯한 우리 정부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면서 민관 협업 하에 그 의미와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계기로 비대면, 무인화 등 첨단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 확보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 또한 더욱 심화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홍콩보안법 앞두고 미중관계 격랑…정부, 대응책 고심

미래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기술 굴기(堀起)'를 국가 목표로 내세운 중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패권 경쟁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면서 한국 외교에 난제가 되고 있다.

미중 갈등은 올해 초 무역합의로 잠잠해진 듯했으나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중국 책임론'과 마스크 등 필수 방역물품 확보를 두고 양국이 다시 충돌하면서 '신냉전'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반(反)중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에 한국의 참여를 희망하고, 중국도 홍콩보안법에 대한 한국의 이해와 지지를 사실상 요청하면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강 장관은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다양한 도전과 어려운 결정의 순간들이 보다 빠른 속도로 그리고 한층 높은 강도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어느 한 편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 경제는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동맹인 미국과는 오랜 기간 밀접한 안보·경제 관계를 유지해왔다.

아직 끝나지 않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중국의 경제보복,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 현안도 이들 국가와의 관계에서 부담으로 작용한다.

작년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냉랭해진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미중 양국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사실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홍콩의 민주화 시위나 미국의 화웨이 장비 배제 요청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 전략으로 대응해왔으며, 홍콩보안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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