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 사진=연합뉴스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 사진=연합뉴스
탁현민 전 대통령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사직한 지 16개월 만에 의전비서관으로 '승진 복귀'할 것으로 알려져 여성계가 반발하고 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은 27일 성명서를 통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여성시민들과의 약속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이라는 국정과제가 거짓말이 아니라면 '대체 왜 어째서 또 탁현민인가'라는 질문에 청와대는 그를 내정하지 않는 것으로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세.연은 "2017년 7월 탁현민이 선임행정관으로 내정됐을 때 여.세.연은 기자회견을 열고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여성들의 목소리를 또 다시 억압하면서 성평등으로 향하는 여정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으로 보고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경질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더욱이 수많은 언론사가 탁현민을 비판하는 기사를 보도했음에도 그는 선임행정관직을 유지한 채 한국에서 유일하게 여성·젠더의제를 다루는 '여성신문'의 특정 기사만 콕 집어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했고 일부 승소했다"며 "'반성했다'는 과거의 말이 과연 누구를 위한 누구를 향한 반성이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실존하는 강간문화에 거짓말로 일조한 탁현민이 권력의 최고정점인 청와대로부터 지속적으로 '러브 콜'을 받는 모습은 한국정치가 강간문화에 얼마나 관대하며 강간문화를 기초로 하는 남성연대가 얼마나 견고한지 지속적으로 확인시켜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세.연은 "(본인의)저서가 문제가 되자 '거짓말'이라고 말한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신뢰를 버리지 않고, 이번에는 행정관에서 비서관으로 승진시켜 모셔오려 하고 있다. 대통령의 신임을 받기만 하면 그만인가. 공직자 자질에 있어 왜 성평등은 아직까지도 고려 요소가 아닌가"라며 "탁현민의 청와대 복귀는 성차별과 성폭력을 끝장내자는 여성들의 외침을 무시한 것이며 강간문화에 일조한 사람이라도 남성권력의 지지와 신뢰를 받기만 하면 얼마든 공적 영역에서 권력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에 가담한 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무엇이었나. 술자리 '농담', 단톡방 성희롱,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는 현재에도 공기처럼 존재하며 여성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으며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그 위협 속에서 생존을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일상을 살아가겠다는 여성들의 절규에 응답하는 것이 강간문화를 거짓말이라며 옹호한 개인을 공직에 두는 것이라면 이는 성폭력·성착취 문제해결의 의지 없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시민이자 시민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탁 전 행정관은 과거 저서 등에서 왜곡된 성의식을 나타내 비판을 받았다. 그는 2007년 저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내 성적판타지는 임신한 선생님' '첫 성 경험, 좋아하는 애가 아니라서 어떤 짓을 해도 상관없었다' '친구가 나 오늘 누구랑 했다 그러면서 자랑을 하면, 다음 날 내가 그 여자애에게 가서 왜 나랑은 안해주는 거냐고 해서 첫 경험을 했다' '그렇게 공유했던 쿨한 여자' 등의 표현을 써서 논란이 됐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