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전시 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의 재정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달하는 250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 투입을 결정한 데 이어 내년에도 유례없는 확장 재정을 주문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불을 끌 때도 조기에,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빠른 진화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현시점은 재정이 경제위기의 ‘치료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재정전략회의에서 저성장·양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확장 재정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은 이날 한층 강한 톤으로 적극 재정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이 경제 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경제 회복을 앞당기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에 대해선 “위기 국면에서는 충분한 재정 투입을 통해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좀 더 긴 호흡의 재정 투자 선순환을 도모해야 한다”며 “그것이 길게 보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악화를 막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채무비율을 계산할 때 분모인 GDP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도록 공격적으로 재정을 푸는 게 국가채무비율 급등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 세계 여건이 녹록지 않은 것을 고려한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정·청은 코로나 위기 극복 이후에는 경제 회복 추이를 봐가며 중장기적 재정건전성 관리 노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