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코로나 이중고 속 느슨해진 내부 분위기 다지기
협상국면서 사라졌던 '핵전쟁억제력' 표현 등장…미국 대선에 영향 주나
김정은, 군부 기강 잡으며 '핵억제력'으로 미국 압박하나

북한이 경제난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의 이중고 속에서 인민군 내부 정비와 사회 전반에 대한 치안 강화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는 모습이다.

대외적으로는 대선과 코로나19 확산으로 갈길 바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향해 '핵전쟁 억제력'을 상기시키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협상에 소극적인 미국을 또 한 번 압박했다.

북한 매체들이 22일 전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4차 확대회의는 군 조직을 정비하고 군의 기강을 확립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김정은 위원장의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는 무력기관들의 활동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편향들에 대해 총화분석하고 그를 극복하기 위한 결정적 개선책'을 논의했다.

인민무력성과 호위사령부, 국가보위성과 인민보안성 등 무력 기관의 활동과 기강 해이 등 내부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비판하고 원인을 분석하고 필요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특히 군 내부 전력을 보강하고 다지기 위해 '무력구성에서의 불합리한 기구, 편제적 결함들을 검토하고 바로잡기 위한 문제'와 '새로운 부대들을 조직 편성하는 핵심적인 문제'를 다뤘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회의에서 사인한 명령서는 "중요 군사교육기관의 책임과 역할을 높이기 위한 기구개편안에 관한 명령서" 등 7개에 달한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장기화 속에서 각국이 내치에 전력하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 역시 이번 회의를 통해 무력 기관들의 시스템을 자신의 방식으로 전면적으로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군부 기강 잡으며 '핵억제력'으로 미국 압박하나

아울러 이번 회의를 통해 코로나19로 북한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단체 활동과 군의 기본 임무 수행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해이해진 군의 기강을 확립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의 적대정책과 제재에 굴하지 않고 체제를 수호할 의지를 밝힌 만큼 내부적으로 군의 기강확립과 군사력 강화는 경제난 해소와 함께 김정은 체제 국정운영의 양대 정책이다.

회의에서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과 '포병의 화력타격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가 취해졌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 '안전기관의 사명과 임무에 맞게 군사지휘체계를 개편할데 대한 명령서'를 채택한 것은 방첩기관인 국가보위성과 치안을 담당한 인민보안성의 조직 개편과 함께 역할 강화 논의가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양대 치안 기구를 강화해 코로나19 속에서 느슨해진 사회 분위기를 조이고 지속적인 경제난과 민생고에 지친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며 자칫 민심 악화가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불안을 미연에 차단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정경택 국가보위상에 대장 계급장을 수여한 것도 이런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무력기관에 조직 정비와 기강 확립을 주문하면서도 대대적인 승진 인사를 통해 실적에 따른 '당근'을 내놓은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핵과 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을 이끌어온 리병철 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올랐다.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최룡해 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2012년부터 2014년 2년간 군 총정치국장 시절 겸임했으나 이후에는 공석으로 있었는데 이번에 리병철에게 부여한 것이다.

김정은, 군부 기강 잡으며 '핵억제력'으로 미국 압박하나

포병 출신 중 처음으로 총참모장에 앉힌 박정천은 군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도 못단 차수 칭호를 군 수뇌부 중 유일하게 달았다.

김수길 현 총정치국장은 차수계급보다 하나 아래인 대장이다.

군에 대한 사기 진작과 함께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이후 고집해온, 최고지도자와 인맥이 아니라 철저히 성과 위주에 따른 승진 인사 원칙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아울러 이번 회의에서는 한동안 자제하는 듯했던 '핵전쟁 억제력'이 다시 등장해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이 표현은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한반도 화해 국면에서 북한이 거의 사용하지 않았으나, 하노이 노딜 이후 다시 등장했다.

작년 12월에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 시험'을 하고 국방과학원 대변인이 "국방과학연구성과들은…전략적 핵전쟁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는데 적용될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북한 매체들은 회의에서 "국가무력건설과 발전의 총적요구에 따라 나라의 핵전쟁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되었다"고 밝혀 핵무기 개발과 장거리탄도미사일 등 전략무기의 지속 개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미국에 대한 도발과 위협보다는 미 행정부에서 대북 발언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미국의 적대정책과 '핵위협'에 맞서 억제력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메시지에 무게가 실린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김정은 위원장이 20일만에 등장했을 때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설득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길 원한다"고 말해, 대화 재개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검증가능한 비핵화' 원칙을 사실상 재확인했다.

또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지지율이 하락세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불투명해지면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 과정에 영향을 미쳐보겠다는 의도가 담겼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주요 외교업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상황을 겨냥해 선거판을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연말까지 북미협상이 없다고 하는 상황에서 행동 예고보다는 대미 압박 메시지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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