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제징용 돌파구 전까진 수출규제 유지 가능성
지소미아 종료 재추진은 부담…WTO 재소 재개 우선 검토할 듯
지소미아 종료 보류 반년…日 여전한 수출규제에 대응 고심
한국이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위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상황에 특별한 변화가 없자 정부가 후속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을 대화로 풀고자 지난해 11월 22일 대(對) 일본 압박 카드였던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유예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도 중단했다.

이후 한일 수출관리 당국 간 협의가 이뤄지고 지난 연말 한일 정상 간 만남까지 성사되며 문제 해결의 기대감이 고조됐지만, 규제 해제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한국은 일본이 수출규제의 명분으로 삼았던 제도적 미비점까지 모두 정비했다.

그런데도 규제 해제 움직임이 없자, 정부 안팎에선 '일본이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음이 확인됐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일단 일본에 '이달 말까지 수출규제 해결방안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외교 소식통은 24일 "더 두고 봐야겠지만 일본이 수출규제에 대해 아주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 정부가 제도 개선을 했지만 잘 시행되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며, 한국의 수출규제 해제 요구에 여전히 미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된 만큼 강제징용 문제에서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 한 수출규제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본이 계속 수출규제 문제에서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한국도 6개월 전 중단했던 '지소미아 중단'과 'WTO 제소' 등 두 가지 카드를 다시 꺼내 드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유예가 '잠정적인 조치'로, 필요하면 언제든지 종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장 지소미아 종료를 검토하지는 않을 분위기다.

한국이 지난해 8월 지소미아 종료를 일본 측에 통보하자 미국이 전례 없이 강하고 공개적으로 한국을 비판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소미아 종료'는 현실적으로 다시 추진하기 어려우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과의 방위비분담금 협상 체결 지연으로 이미 한미동맹 관리에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지소미아 종료 보류 반년…日 여전한 수출규제에 대응 고심
따라서 WTO 제소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이 지소미아 종료보다는 먼저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최근 산업부를 통해 일본에 '이달 말 시한'을 통보한 것도 외교·안보보다는 경제적 측면에서 대응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일본과 양자협의 과정에서 제소 절차를 중단했는데 다음 단계이자 본격적인 재판에 해당하는 분쟁해결패널 설치를 WTO에 요청할 수 있다.

통보 즉시 종료되는 지소미아와 달리 WTO 제소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2년 이상 걸릴 수 있어 대화의 창을 계속 열어둘 수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미국과 방위비분담 문제도 안 끝났는데 지소미아 자체를 건드는 것은 힘들 것"이라며 "WTO 제소의 경우 압박은 되면서도 일본이 바로 반응할 필요가 없어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7월 1일이면 일본이 수출규제를 시행한지 1년이 된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한국에 여파가 크지는 않다.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과 수입처 다변화를 통해 반도체 핵심 소재를 예전만큼 일본에 의지하지 않게 됐으며, 오히려 해당 소재를 한국에 수출하던 일본 기업의 실적이 급감하는 등 일본이 부메랑을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협력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한국 정부는 협력할 의지가 있고 일본 내에도 코로나19 위기를 한일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으라는 일부 목소리가 있지만, 일본 정부는 방역 경험 공유 외 협력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